[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운영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가운데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제를 이끌어온 건설경기의 악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속속 하향조정되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와 바클레이즈, 크레딧스위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건설경기에 기초한 성장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 4분기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해외IB들은 한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7% 증가하는데 그쳐 2분기의 0.8%보다 소폭 하락했다며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민간소비가 줄고 설비투자도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차 파업에도 반도체와 화학제품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였지만, 순수출의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는 3분기 0.6%포인트로 확대됐다. 다만 건설투자 확대와 9월 추가경정 예산집행이 그나마 내수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해외IB들은 건설경기 둔화와 대외수요 부진, 청탁금지법 시행, 대출 규제강화 등이 향후 경제의 위협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씨티와 HSBC는 건설경기가 주도하는 성장은 그동안 아파트 분양 호조로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5~8월 연속 전월동월대비 20%를 상회하다 8월말 주택공급 관리조치로 연말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자동차 파업과 삼성 스마트폰 단종도 악재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부담이 경제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소비와 투자도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를 감안해 올 4분기 성장률을 당초 0.4%에서 0.2%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씨티는 3분기 성장률 둔화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2.8%보다 0.1%포인트 낮은 2.7%로 전망했고, 내년에도 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HSBC는 건설경기 악화와 3분기 성장률 둔화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0.2%포인트 낮춘 2.7%로 내다봤고,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4%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딧스위스는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5%, 내년 2.7%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성장률이 2.5%로 둔화되고 내년에는 2.3%에 머물러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와 바클레이즈, 골드먼삭스 등은 이를 반영해 올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IB들은 또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금융기관의 손실부담 및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조정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고용부진에 따른 소비위축, 금융권의 대출제한 등 악순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기업구조조정이 법정관리 없이 은행주도 아래 효율적으로 진행될 경우 고용감소 여파는 생산가능인구의 0.4~0.4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인구추계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3704만명에 대비해 보면 13만6000~16만7000명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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