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 #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한 한 중소업체는 최근 시험운행을 위해 캐나다나 미국으로 이동할지를 놓고 심각히 고민중이다. 우리나라에선 자율주행차를 임시운행하려면 차량 안에 고장감지장치, 경고장치, 운행기록장치 등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 새로운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까닭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임시운행 규제와 실증단지 건축 관련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경연, “자율주행차 개발한 한국 기업, 규제 때문에 미국 애리조나로 간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4일 ‘자율주행자동차 법제도 현안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자동차 및 IT회사들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기술개발 및 연구에 제약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는 일반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운전자가 탑승해 자율주행 표시가 된 자동차 번호판을 등록만 하면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는 자율주행차 규제를 완화해 ‘안전운전 관리자(safety driver)’가 없는 자율주행차도 시험운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미시간주는 무인자동차 테스트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인자동차를 판매할 근거 법안까지 마련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11년 6월 네바다주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법과 규제를 최초 제정한 이후 현재까지 7개 주가 자율주행자동차 관련법을 제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허가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태다. 자율주행차를 임시운행하려면 별도의 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특히 운행기록장치와 영상기록장치는 조향핸들과 같은 운전석 조종장치 등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의 구조나 장치를 갖추지 않은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실상 임시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조향핸들 없이 버튼으로만 작동하는 구글 버블카와 같은 형태의 운송수단은 우리나라에서 시험허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임시운행 시엔 운전자를 포함해 2인 이상 탑승해야 한다는 요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무인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더라도 임시운행하려면 미국 애리조나주까지 가야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강소라 연구원은 “외국의 경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요건을 간소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자율주행차 개발은 실제 도로 위의 실증실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시험ㆍ연구할 수 있도록 허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또 “관련법의 제ㆍ개정이 어렵다면 지난 5월 발의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ㆍ도의 전략산업을 지정해 업종ㆍ입지 등 핵심규제를 풀어주고 필요한 재정ㆍ세제ㆍ금융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율주행차산업은 대구지역의 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