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언급하며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 일각의 ‘건국절 제정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건국절 법제화에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로 재편된 20대 국회와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이라는 현 상황에 야당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건국절 법제화에 뛰어들기엔 위험 요소가 많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광복절에도 ‘8ㆍ15 건국론’에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건국’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거론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줄곧 주장해온 건국절 제정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8ㆍ15 건국론과 건국절 법제화를 언급해온 대표적인 의원들 모두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건국 68주년 기념 ‘대한민국의 생일을 찾아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전희경 의원 측 관계자는 1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건국절 법제화가 아니라 (건국의) 의미를 알아가자는 입장”이라며 “8ㆍ15를 광복과 건국으로 나눠서 광복절파, 건국절파가 싸우자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건국절 법제화할 계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두각을 보이며 논쟁적인 보수ㆍ안보 이슈에 앞장서왔다.
최근 건국절 법제화 재추진 의사를 밝힌 심재철 부의장도 “직접 개정안을 제안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심 부의장은 11일 토크콘서트에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8월15일을 건국절로 칭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9대 국회인 2014년 ‘8월 15일을 광복절뿐만 아니라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윤상현 의원 측도 20대 국회에 관련 법안을 재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은 광복절 논평에서 “암흑같던 시대에 광복을 향한 국민들의 소망과 애국선열의 결연한 의지와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건국,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통한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라는 기적의 역사로 이어졌다”고 해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함께 강조했지만, 건국절을 뚜렷하게 지지한 원내 인사는 드물었다. 원외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5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1945년 오늘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해방절이고 1948년 오늘은 대한민국 자유민주국가를 세운 건국절”이라며 “광복절·건국절이 겹친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 통일을 기도드린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언급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여소야대 구도로 재편된 20대 국회와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의 공세와 여론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건국절 제정론에 팔을 걷어붙이기엔 위험 요소가 큰 셈이다.
한편 청와대도 박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 직후 야당에서 “일체의 건국절 주장을 폐기할 것을 국민과 함께 강력히 촉구한다”는 등 반발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대통령이 말한대로 국민의 저력과 자긍심을 발휘하고 긍정의 힘을 되살려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자는 말씀으로 잘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