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에 처음 문제의식을 드러낸 때는 17대 국회가 문을 연 2004년이다. 당시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은 “친인척을 보좌직원에 임명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퇴색게 하는 사례가 있다. 편법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며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은 국회의원 보좌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야권 의원 38명과 함께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국회운영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17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후 12년(17~19대 국회)간 총 5건의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금지법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겉으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국회의원 특권 부여잡기’에 열심인 정치권의 민 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금지법은 지난 17대ㆍ18대 국회에서 각 1건, 19대 국회에서 3건 발의됐다. 이 가운데 노 의원과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18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19대)은 모두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을 보좌직원 채용 금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채용 제한선을 민법상 친족의 범위(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보다 대폭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이처럼 ‘관대한’ 수준의 법안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법안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석전문위원들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 저하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안”이라며 호평했지만, 이들 법안은 모두 ‘임기만료폐기’ 수순을 벗어나지 못했다.
6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명한 사실을 국회공보 등에 알리도록 하거나(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ㆍ19대), 다른 국회의원의 보좌직원으로 4년 이상 근무한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은 채용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박남춘 더민주 의원ㆍ19대) ‘대안법’ 역시 운영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친인척 채용 비리’를 사실상 국회가 ‘용인’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서영교 더민주 의원의 친인척 채용 논란 이후 발의된 유사 법안의 ‘진정성’도 덩달아 의심받는 분위기다. “국민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슬그머니 법안 논의를 뒤로 미룰 것”이라는 불신의 눈초리다.
서 의원의 친인척 채용 사실이 알려진 지난 20일 이후 여야 3당은 관련 법안을 각 1건씩 제출한 상태다.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의 보좌직원 채용을 금지하거나(윤상현 새누리당ㆍ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채용 사실을 공표토록 하는(백혜련 더민주 의원) 내용이다.
다만, 다수의 친인척 채용 비리자가 발생한 새누리당이 직접 “8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의 국회의원 보좌직원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20대 국회 안에 관련 법안이 ‘패키기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