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목소리 높이기 시각속 여권내 정치인들 그동안 쉬쉬 朴정부 레임덕 신호탄 분석도

최근 유승민 무소속 의원과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잇따라 “5ㆍ16은 쿠데타”라고 했다. 불특정 청중들을 향해 공개된 공식석상에서였다. 5ㆍ16은 교과서에 ‘군사정변’, 즉 쿠데타로 규정돼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엔 여권과 보수정치권에서는 이를 입에 담는 것이 암묵적인 ‘금기’로 통했다. 그래서 최근의 발언들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새누리당의 총선참패 후 여권 내 정치질서 재편과정에서 비박계(非박근혜계)가 본격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ㆍ정 의원은 청와대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여권 내 비박계 핵심으로 차기 대권ㆍ당권 주자로도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물론이고 비박계에서조차 ‘5ㆍ16 쿠데타’는 한동안 금기어였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레임덕’의 징후로 보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유승민·정병국“5·16은 쿠데타”…‘여권 금기’빗장 풀리나

실제로 비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지난 2014년 2월 14일 한 강연에서 5ㆍ16 군사정변에 대해 ‘혁명’이라고 적시해 표현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적화통일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무능하고 부패한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 엎어 혁명을 했다”고 말했다.

2년여가 지나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 특강에서 헌법 1조 1항을 들어 자유민주공화국, 공화주의의 이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옛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에 만든 군사정권과 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하지 않고, 공화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7일 원광대 특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설명하며 “5ㆍ16쿠데타가 일어나고 군사정권 전개되며 그나마 산업화가 전개됐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유 의원도 4년전엔 5ㆍ16에 대해선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지난 2012년 7월 16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5ㆍ16에 대해서 “돌아가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지난 2007년엔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는데, 당시 박근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이었던 유 의원은 “5ㆍ16에 대한 질문은 원래 있었다”며 준비된 답변이었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되는 고위 관료마다 ‘5ㆍ16 쿠데타’라는 표현을 거부해 여야간 정쟁 대상이 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 13일에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표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긴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앞서 2013년 3월 14일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도 인사청문회에서 “내가 그 문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럴 정도의 깊은 공부는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5년 3월 16일엔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 후보자가, 같은해 10월 5일엔 이순진 합참의장 후보자가 각각 인사청문회에서 “5ㆍ16을 쿠데타라고 보느냐”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