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한국닛산이 수입판매한 경유차 캐사카이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제 2의 폴크스바겐 사태’로 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국내에 판매된 차량이 814대에 그쳐 그 파장이 폴크스바겐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에 연이어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경유차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조사대상 20개 차종 가운데 1개를 제외한 19개 차종이 실도로조건의 배출가스 측정치가 실내인증 기준을 크게 뛰어넘는다. 경유차 대부분이 허용기준치보다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를 많이 쏟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16일 환경부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사결과 발표에서 한국닛산이 수입해 판매한 캐시카이가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임의설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닛산 캐시카이는 르노-닛산그룹 닛산자동차에서 르노엔진(1.6L)을 사용해 영국에서 만든 차로 한국닛산이 지난해 11월부터 수입·판매해 국내에 81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말 판매돼 그리 많이 팔리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지난해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폭스바겐 구형 엔진 차량은 모두 12만5522대가 국내에 팔렸었다.
▶배출가스 임의조작 적발 과정=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실내, 실외 모두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작동 중단되면서 배출가스가 연소실로 재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중단시점의 온도조건이 일반 주행에서 흔히 발생하는 엔진 흡기온도인 35℃로서,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배출가스 부품의 기능 저하를 금지하고 있는 임의설정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임의설정은 일반적인 운전이나 사용조건에서 배출가스 시험모드와 다르게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그 부품의 기능을 정지, 지연, 변조하는 행위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 외부공기를 엔진룸으로 흡입시켜야 하는데, 통상 자동차를 외부온도 20℃ 조건에서 30분 정도 주행시켜도 엔진룸의 흡기온도는 35℃ 이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엔진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도록 설정한 제어방식은 정상적 제어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또한, 캐시카이 차량은 실내에서 실험한 인증모드 반복시험(4회째), 에어컨가동조건시험(엔진 과부하), 휘발유차모드시험(속도변화 심함), 열간시동조건시험(냉각수 온도가 80℃ 이상인 상태에서 꺼져있는 엔진을 시동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임의설정으로 기 판정된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절차=환경부는 16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캐시카이 제작ㆍ수입 업자인 한국닛산에 임의설정 위반을 통지했다. 이후 10일간 한국닛산의 의견을 듣고 이달중 3억30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아직 판매하지 않은 캐시카이 차량은 판매정지명령을 내리고, 이미 판매된 814대는 전량 리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환경부의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한국닛산은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방안을 마련해 리콜명령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리콜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함께 이달중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문절차를 거쳐 캐시카이 차량을 인증취소하고,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으로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이외의 다른 경유차에 대해서는 제작차 수시검사(연간 100차종)와 운행차 결함확인검사(연간 50차종)를 활용해 임의설정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고, 실내 인증기준과 실외 도로주행시험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차이를 줄이기 위해 대형차(3.5t 이상)는 올해 1월부터, 중·소형차(3.5t 미만)는 2017년 9월부터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