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총선이 끝나면서 재계의 대관 담당자들이 바빠지고 있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이 현실화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대관 담당자들의 고충이다. 여기에다 3당 체제가 구축되면서 상임위마다 2명이었던 간사단이 3명으로 늘어나고,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초선이란 점은 대관 담당자들이 발로 뛰어야 할 국회 의원회관 복도 길이가 더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20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A그룹 대관팀은 회의를 열고 바뀐 여야 지형이 몰고 올 국회 상임위 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여소야대 상황이 16년만에 이뤄졌고, 국회의장부터 18개 상임위원회의 상임위원장, 여야 간사단 구성과 의원들의 개별 성향과 출신 지역 등 조합 가능한 상황 변수가 거의 무한대에 이르기 때문에 회의는 3시간 넘게 진행됐다.
A그룹 대관 담당자는 “상임위 간사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 20대 국회의 가장 큰 변수다.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이란 관측들이 많은데 캐스팅 보트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상임위 회의 내에서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대관 담당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상임위 파악이다. 가장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곳도 명확하다. 상임위 배분권을 가지고 있는 각당의 원내대표실이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한 원유철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은 이종걸 의원이, 국민의당은 주승용 의원이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한 대관 담당자는 “어느 의원이 어느 상임위에 배치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과 같은 안갯속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각 기업의 현안 이슈가 무엇이냐에 따라 우선 관심 상임위도 나뉘어진다. 예컨대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최대 이슈로 부각돼 있는 상태다. 관련 정부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때문에 각 부처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가 SK그룹의 최대 관심거리다.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도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구성이 최대 관심 현안이 돼 있는 상태다.
상임위원장 구성도 회사 보고시 빠뜨리지 말아야 할 핵심 정보다. 통상은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해당 자리에 걸맞는 인사들과 가능성, 희망자들을 분류해 미리미리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상임위원장과 간사단에 거명되는 사람들을 지역과 학교 등으로 구분한다. 변화에 맞춰 담당자도 교체한다. 첫 만남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선이 많다는 것은 고역이다. 의원으로서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파악이 어렵고 개별 성향을 알아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당선인 300명 가운데 초선 의원 수는 132명이나 된다. B그룹 대관 담당자는 “19대 국회에선 초선 의원이 가끔 주요 보직을 맡아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당 내 상황에 따라 돌발적으로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C기업 대관 담당자는 “선거 공약과 실제 공약은 우선순위가 많이 달라진다. 각 당의 주요 의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때그때 맞춤 법안을 들이밀고, 관련 제보를 의원실에 제보하는 것도 대관담당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