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 침묵도 언어다.
징검다리처럼 놓인 말줄임표 사이로 무지개색 감정의 냇물이 흘러 지나간다.
하고 싶은 말이, 해야 할 말이 너무도 많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분노와 회한 그리고 슬픔과 기쁨을 해석하는 것은 모두 침묵의 언어를 듣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유승민(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은 청자를 번민케 하는 짓궂은 수다쟁이다.
‘부활’과 ‘침몰’의 기로에 선 그는 최근 잇달아 ‘말의 폭포’를 쏟아냈다.
물론 뭇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침묵의 언어다.
“서울에는 왜 다녀오시나요?”, “최근 공천 결과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
지난 14일 밤 ‘여의도’가 있는 서울에 다녀오는 그에게 기자들은 카메라에 담기 위한 질문을 던졌지만, 유승민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단어들이 들렸을 터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도,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다”라는 자문자답도 그 안에 스쳤다.
그래도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결국 유승민 특유의 톡 쏘는 듯한 육성이다.
침묵도 언어지만, 보다 많은 이들과 소신을 대화하려면 또박또박 읍조리는 목소리가 제격이다.
‘운명의 날’ 그 이후, 과연 유승민은 침묵 대신 어떤 언어를 따옴표 안에 담을까.
“...” 오늘의 결과가 어찌 됐든 그래서 더 귀가 기울여지는 유승민의, 오늘의 한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