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낄끼빠빠 해야하는데, 아. 넘나 힘든 것.”
박모(55ㆍ여)씨는 최근 친척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조카 김모(16ㆍ여)양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낄끼빠빠’는 ‘낄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뜻이고, ‘넘나’는 ‘너무나’를 줄인 표현이다. 기성세대라면 한번에 알아듣기 힘든 신조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신조어도 매년 수백개씩 탄생하고 있다. 신조어나 은어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통신 언어가 나타난 건 오래전 일이지만 최근 기성세대까지 카카오톡 등 스마트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통신 언어는 전국민의 실생활로 파고들고 있다.
통신 언어가 ‘한글 파괴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등의 찬반 의견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세대 간 소통에 단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 등은 이제 더이상 신조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어느 정도 널리 알려진 통신 언어가 됐다. 그러나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등 기성세대들이 단어만 봐서는 결코 뜻을 알기 어려운 신조어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 단어들은 인터넷에서 시작됐지만 비단 온라인 뿐 아니라 젊은층 사이에서는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미디어 신(新)문맹: 국민의 신조어에 대한 인식 및 수용행태’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 100개를 4개 분야(정보통신/사회·시사/유행어/은어ㆍ속어)로 나눠 이해 정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평균 이해 정도는 45.1%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국민들이 TV나 신문에 나오는 신조어의 절반 가까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야별로는 유행어에 대한 인지도가 58.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정보통신 분야 48.8%, 은어 및 속어 41.8%, 사회·시사 분야 31.0% 등의 순서였다.
인터넷과 SNS에서 신조어를 사용한다는 비율은 53.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사용한다는 답변은 45.4%였다.
신조어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생기는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인 52.7%가 인터넷과 SNS 등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다. TV를 시청할 때 모르는 신조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비율은 41.3%, 신문은 35.2%였다.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10대들의 언어를 따로 공부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유행을 반영하는 새로운 줄임말이 끊임없이 탄생하면서 제대로 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대 자녀를 둔 이모(51)씨는 “예전에는 인터넷 뉴스 댓글 등에서나 보던 통신 언어들이 이제 자식들의 카톡이나 일상 생활에서 점점 많이 쓰이고 있어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