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저성과자 해고 등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이 빠진 부분 개혁만으로는 개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사진)은 9일 오전 10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쟁점 점검, 해고제도, 취업규칙변경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보다는 정치적 구호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엠바고 10시)한경연, “저성과자 해고 빼면 노동개혁 효과 못낸다”

최근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인 저성과자의 해고요건이나 취업규칙 변경을 장기과제로 추진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사항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권 원장은 “이번 기회에 우리 경제의 체질을 제대로 개선하려면 부분개혁보다는 해고제도나 취업규칙 변경 등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논의가 추진돼야 한다”면서, “부분 개혁은 부작용만 낳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해고제도는 역량이 있는 청년이 정규사원이 될 수 없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되는 불공평한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며,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있어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관계 해지와 함께 변경된 근로조건으로 근로관계를 존속시키는 청약을 하고,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 근로관계가 해지되도록 하는 변경해고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근로자가 수용할 경우 기존의 근로관계는 소멸하지만, 다른 조건 하에서 종전의 당사자가 근로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해고의 유형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저성과제를 해고규제란 보호범주에 둘 경우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더욱 경직화 될 수밖에 없다”며, “‘사용자는 계속 고용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내지 행태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신설해 해고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9년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노조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소위 집단적 동의절차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이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때부터 법과 판례가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는 집단적 동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판례에서는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필요 없다는 판례 법리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사법적 해석이 강행법규에 우선하는 법체계의 모순”이라며,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 기초를 둔 일본의 노동계약법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일본 노동계약법 제10조는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근로조건 변경의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상황 등을 따져 충분히 합리적인 경우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우광호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하여 추정한 결과, 2016년 정년연장이 적용될 경우 약 7조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며 정년연장 수혜자가 해마다 유입되어 2020년 당해에는 약 34조 원까지 증가하고 5년 누적 비용은 총 10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 선임연구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107조 원의 비용 증가 중 약 26조 원을 방지할 수 있다”는 추정 결과를 제시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청년층 대 장년층의 대립구조 시각에서 논의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 도출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중고령자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기업의 투자 및 신규고용 여건 악화를 막는 상생의 고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문 전북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이승길 아주대 교수,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과 변양규 한경연 거시연구실 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