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차세대 군용 수송기 ‘A400M’가 프랑스 에어버스사(社)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에어버스에서 만든 민항기 사고가 잦은 데다, 엄청난 공을 드린 A400M까지 결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A400M이 시험비행 중 추락, 승무원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A400은 개발기간 10년, 개발비용 200억유로(24조6000억원)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고의 원인이 엔진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개발에 들어간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것은 물론 이미 주문을 한 국가에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치러야한다.
에어버스는 A400M의 시험비행을 12일 재개했다. 9일 사고 여파로, 스페인과 독일, 영국, 터키, 말레이시아 등이 A400M의 운항을 중단하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자, 이를 조속히 진압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9일의 사고 원인을 두고 독일 슈피겔지는 “몇가지 엔진 결함”이라고 보도했다. A400M 전세계 주문수량 174대 중 53대로 가장 많은 독일은 지난 6개월 동안 A400M의 단점을 지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이 사고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한 만큼 사고원인이 기체결함인지, 조종사 과실인 지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록히드마틴의 C-130기와 보잉 C-17기의 대항마로 개발된 A400M은 대량 수송, 장거리 비행, 급한 이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수송기다. 최대 수송량은 37t이다. 이는 ‘CH-47 치누크(Chinook)’ 헬리콥터 1대, 중무장 차량 2대, 낙하산부대원 116명을 실을 수 있는 중량이다. 또 롤스로이스의 터보프롭엔진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엔진과 기체가 동시에 개발되면서 잦은 지연 등 개발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2003년 이후 스페인,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터키 등 7개국이 총 200억유로를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도 기술 문제가 새롭게 제기돼 인도가 지연됐다. A400M 인도지연에 따른 손해 비용은 지난 2월 5억5100만유로를 비롯해, 프로젝트 전체 기간 동안 총 47억5000만유로에 이른다.
영국 베런버그 은행은 독일 도이체빌레에 “에어버스는 더 지연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A400M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수출 시장에서 분명 차질이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 A400M 1대를 주문해 놓은 룩셈부르크 국방부는 주문취소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에어버스를 더욱 속타게 하는 것은 최근 발생한 민항기 사고기종도 에어버스가 대부분인 점이다. 지난 3월 독일 저먼윙스 추락 사고는 우울증을 앓던 부조종사가 고의로 낸 사고지만, 사고 초반에 24년된 에어버스 A320의 노후 기체가 원인으로 지목돼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 370)와 에어아시아 항공 여객기(QZ8501) 모두 A320-20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