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최근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해 지역민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초 알카에다는 예멘의 항구도시 무칼라를 장악하고 난 후 지역 부족민과 권력분점에 관해 합의했다. 알카에다는 장악 지역에 자신들의 깃발을 내걸지도 않았다. 파티장 음악을 금지한다거나 남자들이 짧은 옷을 입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등 흉흉한 소문에 대해서도 즉각 부인했다.
권력 장악 지역에서 무자비하게 총칼을 휘두르고 엄격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강요하는 IS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역민과 손을 잡고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으로 IS와의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카에다 최고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대원들에게 지역민 사이에서 지지를 확보하려면 IS와 같은 잔혹한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차별화 시도는 IS가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를 넘어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아시아로까지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면서 알카에다의 텃밭을 잠식해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알카에다가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러조직으로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IS는 불과 1년 만에 그 경쟁자 위치에 올라섰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무장단체나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등 기존 알카에다 연계 세력들이 하나 둘 알카에다를 저버리고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에서 나온 알카에다의 차별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반군 후티와의 내전에 사우디 등 걸프국의 공습 가세로 혼돈을 겪고 있는 예멘에서 진정한 승자는 알카에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멘군 정보관리인 알리 샤리프는 4일(현지시간) “전쟁이 끝나고 나서 보안 공백이 생기면 알카에다가 그 틈을 메꾸고 들어와 통치권을 휘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남부의 활동가인 아드난 아잠도 “잠자고 있던 알카에다 조직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며 “예멘 남부는 이제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