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에는 도서를 비치해놓은 빨간 공중전화부스가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빌려가고 갖다놓을 수 있도록 한 공유서가, ‘책뜨락’이다. 책뜨락은 16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책을 집으로 가져가서 봐도 되고, 근처 벤치에 앉아 읽어도 된다. 장서 수는 많지 않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성동구청 앞 광장에 책뜨락 2호점이 생겼다.

서울 성동구가 ‘공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성동구는 자치회관 등 42개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을 개방하는 등 공간, 물건, 정보 등 각종 자원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는 돼야 ‘공유도시’…성동구 공유사업 ‘쑥쑥’

최근 뜨고 있는 책뜨락은 도서관과 달리 ‘신뢰’를 담보로 자율적으로 책을 대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책을 읽고 싶은 주민은 장부에 기록한 뒤 그냥 빌려가면 된다. 누가 빌렸는지 반환했는지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 성동구 관계자는 “책을 가져갔다 반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보지 않는 책을 공유서가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성동구의 또다른 공유사업인 ‘동네부엌 밥심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서울시 공유촉진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밥심 프로젝트는 공유공간인 ‘하늘나무사랑방’(행당동 소재)에 있는 공동부엌에서 시작된 요리실습, 공동식사 등이 자원봉사와 결합해 공유사업으로 확대된 경우다. 현재 성동구 관내 협동조합, 생협 등 비영리단체들이 모여 설립한 성동주민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성동구는 이 밖에 주민센터 빈공간을 활용한 재활용품 공유공간인 ‘보물단지’를 운영하고,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지원센터의 교육장을 개방하는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공유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 16일 공유사업의 법적ㆍ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성동구 공유촉진 조례’를 제정, 공포하기도 했다. 조례에는 공공 및 민간 자원의 공유 촉진을 위한 구청장의 책무와 공유단체(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공유촉진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공유촉진위원회는 공유단체에 대한 지원와 공유촉진 정책 수립 등에 대한 심의ㆍ자문 역할을 한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