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설 명절을 전후로 ‘야권연대’ 제안이 수면 위로 전격 올라오면서 6ㆍ4 지방선거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손을 잡자는 민주당과 원칙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새정치신당(가칭)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이 둘을 싸잡아 비판하며 원천봉쇄에 나섰다.

야권연대에 불을 지핀 쪽은 민주당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단독 오찬회동 때만 해도 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설날 ‘세배투어’ 이후 급변했다는 평가다. 설 직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새 정치를 놓고 경쟁하다 구태정치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새정치신당이 ‘한 배’를 타야 한다는 의중도 담았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야권단합하라는 것이 설 민심의 뜻”이라고 했다. 여기에 노웅래 사무총장도 “새 정치 경쟁이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경우가 된다면 마지막에 화학적 연대를 할 수 있다”며 거들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신당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 윤여준 의장은 헤럴드경제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을 향해 징징 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 명령에 따라 나온 세력이라 민주당과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태생부터 ‘다른 배’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같이 보는 것이 낡은 정치를 대하는 국민들 인식이고, 낡은 정치가 우리 청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신당 창당실무준비단장을 맡은 김성식 위원장도 “우리는 새로운 유기농 식당을 내려는데 우리 메뉴 좋다고 가져다 쓰면 소비자 입장에서 발전하기 어렵다”며 야권연대 불가 입장을 에둘러 확인했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표 지역이 불분명한 당이 창당하면 중복정당 문제가 생겨 연대라는 말이 나온다”며 “국민은 지지여부를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그대로 연대는 ‘나쁜 배’에 오르는 악수(惡手)라는 얘기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정치적 상황이 불리해지면 연대하겠다는 것은 여론의 간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연대가 현실화되면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는 구 정치, 사기정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연대를 두고 3당이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민주당의 연대론이 사실상 새정치신당을 겨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어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끊임없이 연대를 주장한다”며 “이와 달리 안 의원측은 전북 광역단체장 1곳을 얻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떨어뜨리면 사실상 대승을 거두기 때문에 연대에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