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이후 유력주자 빈 자리…중량급 인사 주도 잇단 모임 발족 ‘계파정치’ 부활 조짐

최대세력 김무성·소장파 남경필 서청원·이완구 중심 친박계까지… 내년 지방선거·전당대회 정조준

소속의원들 이중가입·독자행보등 다양

새누리당 내에서 금기어였던 ‘계파’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 유력 대선주자도, 수십 석의 의석을 만들 수 있는 정계 실력자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새누리당에서 ‘계파’는 지금까지 사치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경선이 다가오면서 나름 색깔과 정치적 야심을 가진 중량급 의원들이 주도하는 모임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 남경필 의원의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유기준 의원의 ‘국가경쟁력 강화모임’ 등이다. 15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한두 군데 이름을 걸고 줄대기에 바쁜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세 군데 다 가입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의원들은 모두 거부한 채 독자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10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역사교실 모임에 가입한 현역 의원은 109명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당내 최대 연구모임으로, 부산ㆍ영남을 중심으로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까지 아우르는 좌장 김무성 의원의 친화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다만 가입 인사들의 정치성향이 너무 광범위하고, 또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김 의원과 개인 인연으로 가입한 경우도 많아 ‘김무성계=역사교실’로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말 공식 발족한 국가경쟁력 강화모임은 규모는 33명의 막내급에 불과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가장 파괴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기준 최고의원이 총괄간사를, 충청의 패권을 노리고 있는 이완구 의원이 모임 발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홍문종 사무총장,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등도 가입했다. 심지어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가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셈이다. 모임 이름 역시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경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가모델 연구모임은 소장ㆍ쇄신파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7대 ‘수요모임’은 대대적인 물갈이에 앞장섰고, 18대 ‘민본21’은 불출마 선언을 무기로 청와대 및 주류들과 빈번하게 각을 세운 전통이 있다. 60여 명의 참여 인사 중 43명이 초ㆍ재선이라는 게 이 모임의 특징이다.

서로 다른 성향의 세 모임을 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안종범ㆍ김희정 의원처럼 자신의 계파색을 넘어 모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의원이 10여 명, 반대로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의원도 30여 명에 달한다. 모임들과 거리를 둔 의원들은 황우여 대표처럼 당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나, 이재오ㆍ이한구ㆍ유승민 의원처럼 독자 행보를 걷는 중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모델 연구모임 소속 의원 대부분이 김무성 의원의 역사모임에 함께 적을 두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당내 주류인 친박계보다는 비주류 쪽에 손을 들어준 과거 소장파 모임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두 모임에 모두 가입한 의원은 47명으로 국가모델 연구모임 소속 현역 의원 60명의 80%에 달한다.

반면 친박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가경쟁력 강화모임에는 다른 두 모임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은 ‘소신파’들이 다수 포진했다. 또 대부분의 의원이 가입한 김무성 의원의 역사모임에서는 빠진 채 소장파의 국가모델 연구모임과 경쟁력 강화모임에만 이름을 올린 의원도 많다.

최정호ㆍ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