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생생뉴스]늑대를 개로 처음 길들인 것은 1만8000년 전 이전 유럽의 수렵채집민들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BBC 뉴스와 사이언스 데일리가 14일 보도했다.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개가 늑대로부터 진화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상식으로 통하지만 그 시기와 지역에 관해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과학자들은 고대와 현대의 개 및 늑대들로부터 채취한 DNA 분석을 통해 늑대가 최소한 1만8000년 전 유럽의 수렵채집민에 의해 길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고고학 자료와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기존 DNA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개의 조상은 약 1만5000년 전 중동, 또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는 개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는 3만년, 또는그보다 더 오래전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런 연구 결과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연구진은 중동과 동아시아 및 유럽에서 채취한 최근의 늑대 3종과 고대 개 2종 및 현대의 복서 종 개 1종의 게놈 전체를 비교한 결과 늑대 중 어느 것도 가축화된 개와 가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마도 멸종한 늑대 종이 개들과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연구를 위해 대부분 유럽에서 발굴된 늑대와 비슷한 고대 동물 10마리와 개 비슷한 동물 8마리의 화석을 비교했다.

이들은 모두 1000년 이상 전의 동물들이며 대부분은 수천년 전의 것이고 두 마리는 3만년 전 이전의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현대의 길든 개 77마리, 늑대 49마리, 코요테 4마리의 것과 비교한 결과 길든 개들은 유전적으로 유럽의 고대 늑대나 개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들은 다른 어느 지역의 늑대, 심지어 동유럽의 늑대와도 유전적으로 일치하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개들의 연대가 1만8000년 전 이전의 것이라는 사실을 보면 개가 길든 시기는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가 아직 농업사회를 이루며 정착하기 전,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기에 늑대로부터 개가 진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멀리서 사냥꾼들을 따라다니며 사람이 사냥한 매머드 같은 큰 동물의 찌꺼기를 먹고 살던 늑대들이 마침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면서 인간 사회에통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만2000~1만8800년 전 유럽에는 곰과 하이에나 등 늑대보다 훨씬 큰 포식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늑대를 곁에 두고 살면 매우 유용한 경보 시스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개를 길들이게 된 시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늑대는 사람이 가축화한 최초의 종이자 유일한 대형 포식동물 종이다. 다른 야생동물들의 가축화는 모두 농업의 발달과 관련이 있었고 이들 동물은 사람과 가까이 지낼 필요가 있었지만 사나운 포식동물인 늑대의 경우는 다르다. 그러나 늑대의 가축화가 수렵-채집민에 의한 것이라면 늑대가 사람이 남긴 고기를 먹으면서 공동진화 과정을 통해 사람의 세계로 들어왔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늑대들이 사람의 이동 경로를 따라다니면서 영역성을 점차 포기하게되고 영역을 지키는 늑대들과의 교배도 점점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DNA 분석은 동물의 기원과 유연관계를 밝히는데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부분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오류의 가능성이 많은 기법이다.

개들은 사람과 함께 오랫동안 이동하면서 많은 종이 마구 섞였기 때문에 유전자 신호가 매우 복잡한데다 일부 개들이 늑대들과 교잡하는 역교배(逆交配)까지 일어나 유전자 추적이 극도로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