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견 활용 ‘原臭수사’ 기법 도입
범죄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며 증거물 확보가 어려워지자 경찰이 냄새 증거도 수사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추적수사견을 활용한 원취(原臭) 수사기법을 도입해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서울 강서서와 광진서에서 시범 운용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체취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고 고유한 특성을 가졌으며, 원취란 범죄 현장에 남은 수사의 단서가 되는 최초의 냄새를 뜻한다.
외국의 경우 체취를 활용한 과학수사는 활발하다. 지난 198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체취증거 보관과 선별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되면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미국도 2007년 알래스카 간호사 살인사건에서 연방수사국(FBI) 체취증거를 활용해 용의자를 검거, 냄새의 법적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번 시범운용 기간 추적수사견을 주요 강력사건 현장에 투입, 용의자의 체취를 토대로 침입로ㆍ도주방향ㆍ은신처 등을 발견해 초동수사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민간견훈련소에 위탁관리 중인 추적수사견 2마리가 투입될 예정이다.
김원배 경찰청 수사연구관은 “기존엔 경찰견이 인명구조나 마약ㆍ폭발물 탐지 등에 주로 활용됐지만, 이는 사전에 인지된 단일 냄새를 맡는 임무에 그쳤다”며 “이번 원취 수사는 현장에 남은 냄새로 범인을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서 한 걸음 진일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DNA나 지문 채취가 어려운 사건 현장에서 추적수사견 활동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비록 DNA를 채취한다 해도 DNA는 전과자가 아니면 비교할 방법이 없지만 원취 수사는 비교할 샘플이 없어도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