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그녀도 한때 낯뜨거운 충성서약을 마다하지 않던 연약한 여인이었다

“당신이 괜찮다면 나를 써 주세요.”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쓴 ‘충성 서약서’가 발견됐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편지 내용을 본 프랑스인들은 중세시대 신하가 군주에게 썼음직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편지는 프랑스 사정 당국이 지난 3월 라가르드 총재의 파리 집을 압수 수색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최근 언론에 유출됐다.…

자필로 작성됐으며, 날짜는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는 대통령에게 사실상 충성 맹세를 하면서 자신을 기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니콜라 당신과 당신이 프랑스를 위해 세운 계획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가끔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괜찮다면 나를 써 주세요.”

편지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그녀는 자신은 사르코지 측근들과 달리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빼먹지 않았다. 편지에서 그녀는 측근들에 대해 사실 충성을 맹세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충성심이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라가르드는 “나를 쓴다면 당신의 지도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당신의 지도가 없으면 나는 무능할 것이며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신뢰성이 부족할 것”이라면서 사르코지의 관심을 희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 중 한 명인 라가르드 총재가 이처럼 비굴한 편지를 쓴 데 대해 프랑스인의 반응은 냉담하다.

허핑턴포스트의 프랑스어판인 르허핑턴포스트는 ‘13세 소녀가 유명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게 쓴 팬레터 같다’는 조롱조의 반응을 소개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라가르드는 지난 2011년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낙마하면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IMF 총재 자리에 올랐다.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도 라가르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검찰은 라가르드 총재가 재무장관 재직 당시 직권을 남용해 기업주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재무장관 재임 때인 2007년 신발제조업체 아디다스와 국영 크레디리요네은행 사이의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도록 지시, 아디다스 전 소유주 베르나르 타피에게 2억8500만 유로(약 43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데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