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溫記]](https://wimg.heraldcorp.com/svc/series/202601/2b3df642-aa35-42bd-a9e6-cb4ad932be1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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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끝이 아닌 마음으로 옮기는 일… 농인 학생이 전한 ‘수어의 온도’[온기(溫記)]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8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한국수어통역방송 실무지침’을 내놨다. 수어통역의 원칙부터 장르별 실무, 돌발상황 대응법까지. 그동안 뚜렷한 기준 없이 진행돼 온 수어통역방송에 대해 처음으로 만든 매뉴얼이다. 누군가에게는 방송 실무자를 위한 수많은 지침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농인들에겐 미디어를 온전히 누리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이 한 권에 촘촘히 녹아 있다. 그동안 수어통역방송을 만드는 현장에선 농인의 의견에 좀처럼 귀 기울여지지 않았지만, 이 지침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관점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침을 만들기 위해 구성한 자문위원회에는 특별한 위원이 있다. 대입 준비에 한창인 정가은(20) 학생이다. 그는 지침서를 만들기 위해 모인 현장 전문가와 통역사, 학계 인사 사이에서 태어날 때부터 수어를 모어로 써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꾸준히 전했다. “수어는 손이 아니라 표정과 눈빛, 몸짓과 공간이 다
2026.09.18 15:07
“손잡고 함께 산책”…치매 어머니 돌보는 은환씨가 간직한 소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건강하시던 86세 어머니가 자꾸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다. 발목에 이어 고관절까지 부러져 결국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의사는 단순히 균형 감각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치매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다. 의사는 어머니에게 ‘루이소체 치매’라는 진단을 내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다. 인지기능 저하, 환시(실재하지 않는 것을 시각으로 느끼는 것), 렘수면행동장애, 파킨슨병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치매 환자 중 약 3.8%가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2월 박은환(가명·62) 씨는 그렇게 치매 환자 가족이 됐다. 14일 서울 마포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만난 박씨는 어머니가 진단 몇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엄마는 가을인데 ‘너무 덥네, 이제 여름이 오려나 봐’ 같은 엉뚱한 소리를 했고,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를 잘 기억 못했어요. 누구
2026.09.17 17:15
스물여덟 청년이 살린 생면부지의 생명, 기적처럼 4명을 더 구했다…‘생명나눔 러너’는 오늘도 달린다 [온기]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울트라마라톤 100회를 채우면 기념 수건을 하나 만들려고 해요. 거기에 제 인생을 세 줄로 기록할 거에요. ‘20대 신장기증, 30대 마라톤 풀코스 100회, 40대 울트라마라톤 100회.’” 20대에는 자신의 신장 하나를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내어줬다. 30대에는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00번 완주했다. 어느덧 마흔여덟이 된 지금 생존 시 신장기증인 김세영씨는 100㎞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100회 완주를 향해 달리고 있다. 김세영씨가 지금까지 완주한 울트라마라톤은 79회. 서해에서 출발해 대관령을 넘어 동해 경포대까지 308㎞를 달리는 한반도 횡단 마라톤도 여섯 차례 완주했다. 발바닥에 피물집이 잡히고 온몸이 지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김씨가 이토록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년 전 신장 하나를 떼어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기증한 뒤 주변에서는 그에게 “신장이 하나뿐인데 괜찮으냐”, “몸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건넸다. 김씨
2026.09.12 08:00
윤서, 창호, 수민이, 서진이… 아이들과 情 나눈 ‘문방구 15년’ 아낌없이 나누고 문 닫습니다
“문방구를 찾아왔는데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문을 닫고 카페로 바뀐 ‘미도문방구’ 앞에 멈춰 선 한 어르신이 가게 안을 바라봤다. 문구류가 빼곡했던 자리에는 빈 진열대와 커피머신만 놓여 있었다. 15년 동안 이곳을 운영한 김택현(73) 씨는 미안한 표정으로 “문방구 없어졌어요”라고 말했다. 간판은 아직 그대로였다. 혹시라도 찾아올 손님을 위해 당분간 남겨두기로 했다. 1979년 은마아파트가 들어설 무렵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문방구는 지난달 17일 문을 닫았다. 김씨와 아내 김종영(73) 씨는 이곳의 ‘마지막 사장’이었다. 부부는 폐점 뒤 남은 문구류를 모두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공책·연필·미술용품·장난감 등 1만7340점이다. 인터넷 최저가로 따져도 모두 합치면 4000만원이 넘는 양이다. 부부가 선뜻 건넨 문구류는 국내 아동복지기관과 라오스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가게를 정리한 다음 날 김씨는 A4용지 두 장에 아이들을 향한 작별
2026.07.31 11:37
‘암·부도’ 겪은 초콜릿 장인 “인생 굴곡 속 남 돕는 지금이 행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아파트 단지 앞 낡은 상가에는 ‘초이1982’라는 빵집이 있다. 테이블 3개 정도만 있는 10평 남짓한 큰 규모의 가게는 아니지만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 동네 맛집이다. 특히 ‘보리밥빵’과 ‘엉겅퀴쌀깜빠뉴’는 이 빵집만이 가진 메뉴라고 한다. 여느 빵집 사장님처럼 흰 조리복을 입은 최용현(64) 씨는 비교적 한가한 오후 시간임에도 바쁘게 오븐과 조리대를 오가며 빵이 잘 구워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21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씨는 평범해 보이는 동네 빵집 사장님의 모습이었지만, 사실 그에게는 남모르게 숨겨 놓은 사연이 있다. 196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최씨는 원래 음악을 하던 꿈 많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사정상 음악을 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그는 스무살이 되던 1981년 서울로 상경한다. 마침 결혼한 누나가 서울에 살고 있어 누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먹고 살 직업을 찾아야 했다. 그때 매형의 소개로 우연히 신라
2026.07.26 08:15
월세방 어머니와 네 자매 10만원 손길이 바꾼 삶…뜨끈한 ‘베이글’ 오늘도 아이들은 웃는다 [온기]
13일 인천 계양구의 베이글 가게 ‘노아하우스’에서 만난 김노아 대표는 어린 시절 베이글 냄새가 퍼지던 매장은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 빵을 보내고 정기 후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때 그의 가족 역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다고 말했다.
2026.05.17 07:45
수업 도중 돌아가신 부모님, 딸의 아픔, 억울한 옥살이…오뚝이 ‘치킨왕’의 감사와 나눔 [온기]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다섯 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 여섯 번째 만에 제가 완전히 회복되고 일어설 수 있었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가마치통닭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자신의 삶을 ‘5전 6기’라고 설명했다. 다섯 번 무너지고 여섯 번째에 완전히 일어섰다고 했다. ‘온기’를 나누는 지금의 그를 설명하려면 그 5번의 좌절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그는 10월이 되면 유독 춥게 느껴진다고 했다. 1972년 10월 그의 양친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1958년생인 김 회장은 그때 겨우 14살이었다. 서울 동신중학교에 다니던 중학생 김 회장은 수업 도중 부모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없는 돈에 도움을 받아 경희대학교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르고 친척들의 도움으로 고향 선산에 부모님 유골을 모셨습니다. 며칠을 울면서 지냈어요.” 장례를 치르고 나니 현실이 남았다. 소년가장으로서 숙식과 빨래 그리고 생활고를 감당해야 했다. 혼자서 여의찮았다. 동생들은 친척들 집으
2026.05.03 16:45
“마음의 상처도 아물길…” 화상환자 위해 옷 벗은 몸짱소방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엄마와 손을 잡고 집에 가던 유치원 아이는 동네에서 불이 난 광경을 봤다.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던 소방관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자라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어릴 적 봤던 소방관이 떠올랐다. ‘나도 저렇게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소방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소속 김형윤(29) 소방교가 소방관이 된 사연이다. 군 제대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김 소방교는 어릴 적 기억에 이끌려 소방관의 길로 들어섰다.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서 근무하던 김 소방교의 체력은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다. 최근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에서 만난 김 소방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대해 4년 넘게 군에만 있다 보니 체력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며 “반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목표가 뚜렷했고 열심히 했기에 준비 1년 만에 소방대
2026.04.12 07:45
그룹홈 떠돌던 청년, 동티모르서 새 인생을 얻었다…그는 지금 자립준비청년의 멘토로 산다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서울 시내 한 주택가. 현관문 앞에는 별다른 표식도 없고 신발장과 거실,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 역시 여느 집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곳에는 부모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이들 5명이 함께 지낸다.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일반주택을 활용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대상 아동이 지내며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보호시설이다. 이곳에서 자립지원 전담요원으로 일하는 최동준(25) 씨를 지난달 31일 만났다. 현재 약 30명의 자립준비청년을 맡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그 역시 그룹홈 출신이다. 그는 보호시설을 곧 떠나야 하는 청년들이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도록 준비 과정을 돕는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정보 부족이다. 최씨는 “지원 제도가 다양하지만 본인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 지원이나 경제 지원 등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원을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도 빈번하다.
2026.04.04 16:45
추락사고, 이혼, 밥 대신 소주 두 병으로 버티던 삶…그는 이제 누군가를 살린다 [인터뷰]
19일 초록우산 대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강상국(64)씨는 자신의 삶을 짧게 정리하며 “받기만 하고 살았지, 준 적은 없더라고요.”라며 “받기만 하고 살았지, 준 적은 없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2026.03.22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