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잠정 합의에 이례적 ‘반대’

13% 총액 인상에 “굉장히 불합리”

한국, 美 공개거절 불만속 ‘로키’ 대응

트럼프, 한국 방위비 제안 공개거절

오래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을 설정하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타결을 눈앞에 두고 좌초됐다. 그간 파격 행보로 외교 논란을 자초했던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공개적으로 양국 협상단의 합의 내용을 거부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로키’ (low-key, 관망 위주 절제된 태도)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일 일정 부분의 방위비 분담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며 사실상 양국 협상단의 합의 내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분담을 하길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나라를 방언하는데 (한국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양국 협상단은 지난 협정 분담액(1조389억원)에서 13% 총액을 인상하는 내용의 협정안에 합의하고 이를 양국 최고위급에게 보고했다.

애초 50억 달러를 요구한 미국은 해를 넘겨 진행된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 요구액을 대폭 낮췄고, 한국 측이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을 거부하며 협상은 다시 미국 속에 빠지게 됐다.

협상 진행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액 인상안뿐만 아니라 한국 측이 요구한 제도 개선안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외교 협상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공정한 내용으로 보였을 것”이라며 “보고 과정에서도 합의안에 대해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협상단 차원의 잠정 타결안을 만들어내며 협정 타결을 예고했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일단은 ‘로키’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외교부 내에서는 “지난 10차 협정 체결 당시뿐만 아니라 역대 어느 방위비 협상에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협상 내용을 반대한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일반적인 외교 관계에서 나올 언급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각을 세워 맞받아칠 일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인 데다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상황인 만큼 협상을 계속하며 타결까지 속도를 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실제 협정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협상단 차원에서의 논의 수준은 벗어난 것 같다”며 “총액에 대한 협상을 다시 시작할 경우, 협정 공백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