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북한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에 주목받던 문화 예술 대신 ‘체육 중시’라는 표현을 쓰는 등 스포츠 분야 강화를 통한 민심 잡기에 나섰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3일 북한이 출전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북한이 카타르에 2대 1로 진 8강 전 경기를 녹화 방영했다.

북한 김정은, ‘스포츠’로 민심 잡는다

북한이 자국팀 패배 경기를 TV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북한에선 국제 스포츠경기를 2~3일 후에 내보내는 것이 관행인데, 이번처럼 새벽 1시에 열린 경기를 당일 저녁 8시에 방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매일 20~30분씩 방영했다. 북한은 이때 단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6일 “후계 기간이 짧고, 정통성도 약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스포츠의 역동성을 이용해 민심을 장악하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유도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평양 등 전국 주요 도시들에 스케이트장이 새로 건설됐다. 고위 간부나 선수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이전 스키장과는 달리 2014년엔 강원도 마식령에 일반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스키장이 처음 들어섰다.

또 북한은 체육 진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2년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시 실세였던 장성택을 위원장으로 하고 당ㆍ정ㆍ군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들어간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광복 70주년이었던 작년 8월엔 ‘체육 텔레비전방송’을 신설, 주말마다 스포츠 경기를 방송하고 있다.

김명수 체육성 국장은 지난해 4월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함경북도 청진, 양강도 혜산, 자강도 강계, 평안남도 평성, 황해남도 해주, 강원도 원산 등 6개 도ㆍ소재지에 체육대학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의 각별한 ‘스포츠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씨는 자서전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10대 때 뛰어난 운동 실력을 보였고 특히 농구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한때 북한의 장신 농구선수 리명훈과 농구팀을 만들어 경기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김정은은 2013∼2015년 해마다 한 차례씩 부인 리설주와 함께 경기장에 나가 축구 시합을 관람했다. 지난해 8월에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귀국한 여자 대표선수들을 직접 평양국제공항에 나가 맞은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