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재일동포 2세 고(故) 최창일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50년 만이다. 하지만 최씨는 이미 사망했고, 그의 딸이 재심을 청구해 사후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최창일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일동포 2세인 최씨는 1973년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육군보안사령부에 간첩으로 지목돼 연행됐다.
가혹행위 끝에 최씨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았다' 등의 진술을 했고, 1974년 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날 때까지 최씨는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최씨 사망 후 사건을 알게 된 최씨의 딸은 202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5월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죄의 근거가 된 최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이 모두 불법구금으로 인한 것이라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가 그 임무를 소홀히 했다"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최씨 변호인은 "재심 과정에서 검찰이 불법구금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새 증거 발견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재심사건 매뉴얼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씨의 유족들은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