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주식 투자 사기를 당해 거액을 잃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아들은 살해하고, 딸은 장애인으로 만든 채 살아남은 40대 여성에 대해 징역 8년이 구형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13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6·여)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치기공사로 일하던 A 씨는 남편, 아들,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으나 주식 투자 사기로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날리면서 일순간 비극에 빠지게 됐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2억3000만원(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1억3000여만원)이라고 한다.
A 씨는 사기 피해로 고통받다 지난 1월 결국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 자신의 집에 번개탄을 피우고 아들, 딸과 함께 누워 잠에 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A 씨는 잠에서 깨어났다. 문제는 아들은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는 것. 또 딸은 정신을 차렸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뇌병변을 얻게 돼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할 처지가 돼 버렸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사기 피해를 입었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자녀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저 자신이 원망스럽다. 사랑했던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라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라고 후회했다.
그는 "밝고 명랑했던 딸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게 됐다. 딸의 행복을 빼앗아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딸이 아빠를 통해 엄마와 오빠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딸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딸을 위해 살 수 있도록 선처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A 씨에 대한 선고는 12월 23일 내려질 예정이다. 주식 사기 일당도 기소돼 18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