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여전히 뜨거운 미국 인플레이션과 고용 탓이다. 당초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두 차례 인하설에 이어 이젠 연내 인하 불가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발 금리인상이 불러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짓눌려온 한국경제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인내심을 가지고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응해야 할 때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2월(3.2%)보다 상승률이 더 높아진 수치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깜짝 물가’ 여파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0일 미 증시 마감 무렵 4.55%로 급등,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2엔을 돌파해 3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연준은 3월 CPI 확인 전부터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인 2% 인플레 확신 전까지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언 회장은 심지어 미국 금리가 8%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이먼 회장은 정부 개입 확대에 따른 막대한 재정 지출과 녹색 경제에 수반되는 기업의 비용 증가, 글로벌 공급망 조정 등이 인플레와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고 꼽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은 인상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시리아 이란 영사관 포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유가는 5개월만에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어섰다.

현재 미국(5.50%)과 한국(3.50%)의 기준금리 격차는 2%포인트다. 자금이탈 및 부동산가격 자극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렵다. 특히 야당은 총선 승리에 취해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같은 물가 자극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섣부른 경기부양은 경제를 더 수렁으로 빠뜨리는 단초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