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축, 미분양 누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를 돕기 위해 정부가 과거 경제 위기 때 활용한 지원책을 다시 꺼냈다. 민간 건설사 등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LH가 건설사가 보유한 개발 예정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3조원을 공급하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부동산 투자 회사(리츠)엔 중과세 배제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모두 1990년대 말 IMF 외환 위기, 2000년대 말 세계 금융 위기로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 때 쓴 처방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두 경제 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최근 건설 경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 만큼 부동산PF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13.7%로 집계됐다. 2분기(17.3%) 이후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6.9%로 3분기(5.6%) 대비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대비 PF 대출 잔액이 65.1%를 차지한다. PF 사업장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이어지고, 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PF 사업장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도미노 부실’이 우려된다.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도 PF 사업장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이어진 사례다. 시중에 떠도는 ‘4월 위기설’도 이같은 도미노 부실론에 기반한 것이다.
LH를 통한 역경매 방식의 토지 매입은 부동산 PF의 퇴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LH가 사들일 토지는 시행사가 사업 초기 ‘브리지론’으로 토지 소유권은 확보했지만, 공사비 조달을 위한 추가 대출(본PF)을 거부당해 이자만 내면서 사업 진행이 멈춘 곳이다. 땅을 처분하지도 못하고, 유동성 부족으로 고민하는 기업은 LH에 땅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LH는 4월부터 사업장 부지를 팔고 싶어 하는 기업에서 희망 가격을 제출받아 공시 가격 대비 할인 폭이 큰 땅부터 순서대로 매입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론 재정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론 공공주택용 부지를 충분히 확보해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기반이 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다. 지나친 공포감·불안심리가 불황을 몰고오는 악순환의 단초가 된다. 한국은행도 부동산PF 연체율은 경계해야 하지만 금융사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부의 건설경기 회복안이 ‘4월 위기설’을 촉발한 부동산 PF의 뇌관을 제거하는 성과로 이어져야 경제 심리도 안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