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약 8조원) 이상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이 20억~30억달러 수준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파격적이다. 더 많이 투자한 대만 TSMC가 받는 보조금(50억 달러)보다 액수가 크다. 각국은 뒤질세라 수십 조원에서 수백 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국내 지원금은 한 푼도 없다. 세액 공제가 전부로 그나마 연말까지 시한부다. 이러다가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국이 칩스법에 따라 지원하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액은 390억 달러 규모다.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600개 이상 기업이 신청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이 막대한 지원금을 받는 배경에는 삼성의 투자 추가 약속 외에 반도체 설계, 생산, 패키징까지 전 과정이 가능한 삼성의 강점과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지정학적 이유 등 여러 요인이 고려됐을 것이다. 역대급 보조금을 챙기게 된 삼성으로선 투자 여력이 커져 다행이다.
국가대항전이 된 반도체는 지금 ‘슈퍼 보조금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TSMC 공장을 자국에 유치했고 유럽연합(EU)도 정부와 민간기업이 약 62조원을 투자해 유럽 내 공급망 구축에 나선 상태다. 인도도 13조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내걸고 중국은 수백조원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 패권을 노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 특혜라는 논란 때문에 보조금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10% 세액공제가 있지만 경쟁국의 25%에 비하면 턱없이 적고 그나마 연말에 끝난다. 각종 규제로 공장 짓는 것도 하세월이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 건설에 5년 걸릴 공정을 1년 8개월 만에 뚝딱 지은 걸 보면서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각국이 반도체 모시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게 반도체 기반으로 바뀐데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AI로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 그만큼 삼성 등 국내 기업의 경쟁 환경도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미래 기술을 확보할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자칫 미적대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지면 따라잡기는 어렵게 된다. 보조금 지원은 물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각국 보조금이 매력적이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보조금 수령시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따져봐야 할 게 적지 않다. 정부의 외교적 뒷받침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회도 말로만 반도체 지원을 외칠 게 아니라 국가 생존이 달린 만큼 입법을 통해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