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돌봄을 동시에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개학과 동시에 2700여개 학교에서 문을 열었다. 오전에 수업이 끝난 아이를 위해 시간대별 ‘학원 뺑뺑이’ 스케줄을 짜야 했던 부모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보내고 싶어도 개설이 안된 학교도 많고 강사를 구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아 현장은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첫발을 뗀 만큼 보완할 것은 보완해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늘봄학교는 저출산요인인 돌봄공백을 메우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 차게 기획된 것이다. 올해 1학기엔 초1을 대상으로 신청 학교에 한해 시행한 뒤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점차 늘려나간다는 것인데 학부모 기대가 크다. 늘봄 참여를 위해 아이 학교 배정을 바꾸고, 4~5개 수업을 듣는다는 학부모도 있다. 로봇과학, 미술, 에어로빅, 코딩, 생명과학 등 알찬 프로그램에 워킹맘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학원을 다니면 모두 수십만씩 들어가는 수업들이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삐걱대는 곳들도 적지 않다. 학생모집은 해놓고 프로그램 강사를 구하지 못해 시행이 늦춰진 곳들도 있고, 결국 일선 교사가 관련 업무를 떠맡아 업무과중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실정이다. 서울의 608개 초등학교 가운데 38개교만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정부는 1학기에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기간제 교사 2250명을 뽑고, 2학기부터는 늘봄실무직원 6000명을 전국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지원은 없는 상태다. 준비 없이 정책만 앞세우다 보니 현장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야 마땅하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관련 전담 인력과 충분한 강사풀, 좋은 프로그램과 교육비 지원 등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학부모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경력단절 여성(15~54세)의 절반가량이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들의 고용손실이 135만명에 달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도 연간 44조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있어 모두 고용을 이어갔다면 막대한 국가적 경제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사교육에 버금가는 질좋은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학교에만 내맡길 게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도 참여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잘 가꿔나가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본 성공 사례가 별로 없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