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일단 총사업비 규모가 18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로, 현대건설만의 수주액은 최대 8조~9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이같은 대형 원전사업 계약을 따낸 것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최종 계약자 선정은 발주처인 불가리아원자력공사(KNPP NB)와의 협상이 완료되는 4월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수주 확정이 유력하다. 현대건설의 수주는 국내기업 동반진출에 따른 큰 파급효과까지 예상돼 탈(脫)원전 흐름에 주춤했던 원전 생태계가 복원됨은 물론 해외 원전 수주 본격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원전은 가히 ‘눈물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불모지 한국은 1970년대 원전 원조격인 미국·프랑스·독일 등지로부터 어깨 너머 기술을 배웠고, 90년대 이후 독자기술을 확보하며 마침내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이후엔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원전 명가에 오히려 우리 원전 기술을 역수출하는 등 쾌거를 일궜다. 한국 원전에는 이렇듯 수많은 원전 엔지니어들의 땀과 자긍심이 녹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탈(脫)원전에 치중한 전 정부는 원전을 푸대접했다. 원전 산업 위축은 물론 원전공학도 사기 역시 꺾일대로 꺾이면서 원전 강국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K원전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원전산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원전 산업 매출 규모는 지난 2016년 27조원을 웃돌았으나 전 정부의 탈원전 영향으로 2018~2019년엔 20조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엔 25조4230억원으로 증가하며 3년만에 22% 이상 회복했다. 지난 정부에서 4년 연속 600명대로 줄었던 원자력 전공 신입생 숫자도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3학년도부터는 751명으로 늘었다. 원전 생태계가 복원될 기초 체력이 서서히 다시 다져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의 우선협상자 선정은 우리 기업의 유럽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공략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국내 기업은 체코 정부가 발주한 원전4기(6월 입찰 결과 발표 예정), 폴란드·우크라이나·루마니아 등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주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독일·프랑스 등 원전 종주국이 한때 원전을 홀대했다가 다시 ‘귀하신 몸’으로 모시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의 조화를 이룬다면 원전은 국가경쟁력의 최대 자산 중 하나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