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4% 성장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전망치를 달성했지만, 성장률이 2022년(2.6%)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 수립이후 2023년 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역대 5번 뿐이다. 미국의 원조가 감소한 탓에 성장률이 0.6%에 머물렀던 1956년, 2차 오일쇼크에 큰 타격을 받으며 -1.6% 성장률을 기록한 1980년,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5.1%로 최악의 고통을 겪었던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대침체에 빠지며 0.8%밖에 성장하지 못했던 2009년,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0.7% 역성장을 했던 2020년이 전부다. 그러나 오일쇼크나 금융위기, 글로벌 팬데믹 같은 뚜렷한 외생 변수 없이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것이다.
작년 성장률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 일본과 견줘봐도 초라한 성적표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경제가 성숙할 대로 성숙해 1%대 성장도 버겁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지난해 GDP 성장률이 2.5%를 기록했다. 일본도 2%에 가까운 성장률로 25년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두 배 가량이지만 중기적으로 3~4% 성장을 자신한다. 그렇다면 남들은 하는데 왜 한국은 못하는지를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체로 혁신이 꽃피도록 규제를 혁파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고용유연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중산층을 두텁게 하며, 이게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 국가는 성장률을 끌어올렸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행히 지난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살아나 올해는 2.2%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문제는 고물가와 20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건설산업의 침체에 짓눌린 내수의 회복에 달려있다.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지갑을 닫게 하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해외로 발길을 돌리게 해 여행수지 적자의 골을 깊게 한다. 물가 잡기를 1호 민생과제로 삼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건설경기는 고용유발 계수가 가장 큰 분야다. 그런 의미에서 SOC 사업에 15조원 등 상반기에 재정의 65%를 투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재정이 내수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경제가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타도록 기업과 정부가 2인3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