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이 불편을 호소해온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과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10여년 넘게 유지돼오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효과는 없고 불편한 데다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온 대표적인 생활 규제들이다. 유통과 기술 등 환경이 순식간에 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민생 발목을 잡는 규제를 찾아내 손보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정부가 도입 10년 만에 단통법 폐지에 나선 것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데에 있다, 단통법은 2014년 지역이나 유통점에 따라 차별없이 모든 이용자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이로 인한 혜택이 일부 소비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자 똑같이 맞춘 것이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줄면 통신 요금이 낮춰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소비자 혜택은 줄고 통신사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됐다. 실제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3년 연속 4조원대에 이르는 반면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은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단말기 가격이 갈수록 비싸져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 기업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혜택과 선택권을 넓혀야 하지만 거꾸로 간 것이다.
대형마트 일요일 격주 의무 휴무제도 마찬가지다. 유통시장의 상당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강제 규제는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격이 됐다. 당초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와 달리 성과도 미미한 데다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 등과 비교해 역차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구시가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옮긴 결과는 시사적이다. 휴무일의 평일 전환 후 지역 수퍼마켓과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이 19.8% 오르고 전통시장도 매출이 2.4% 늘어나는 등 상생효과가 뚜렷했다. 시민 만족도도 87.5%에 달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나왔다. 다른 지자체들이 휴무일 평일 이동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민생 대못’이 한 둘이 아니다. 지자체간 조율이 안돼 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시민의 교통비를 줄여주겠다는 교통카드만해도 서울과 수도권이 동일 생활권인데도 서울시가 내놓은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에서만 쓸 수 있어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번 명동 광역 교통버스 대혼란 사태를 겪고도 같은 일이 벌어질 판이다. 큰 틀에서 보지 않고 사안별로 처리하다보니 잘못이 반복되는 것이다.
민생이 곧 경제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돈이든 사람이든 이동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생활 규제를 과감히 풀어 활력을 제공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