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민주당 순천시장 예비후보가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컷오프 되었지만 순천시장 경선은 예정된 정치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후반 후보를 두 명으로 압축한 데 이어 이번 주 2차 경선을 치러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노관규는 당초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컷오프된 뒤 중앙당 재심위에서 살아났으나 비대위에서 다시 컷오프시키는 등 경선 과정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노관규에게 최근 보름간은 시련의 연속이고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제 노관규가 말하는 거위의 꿈, 순천의 꿈, 비주류의 꿈은 영영 접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는 민주당 비대위의 컷오프 결정 직후부터 SNS에 순천시장 선거와 관련해 매일같이 격정적인 글을 올리고 있다. 그의 마음이 읽힌다. 안타깝고 짠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노관규는 SNS에 맨 처음 “눈물이 납니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모든 게 제 탓이다. 오늘 민주당 비대위는 재심위 결정을 번복하고 순천을 전략지역으로 묶어 저를 경선에서 배제했다”고 적었다. 이어 “훼방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장래 진로는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에는 “순천시장 선거는 부패 대 반부패의 대결”이라며 “자신을 경선도 못하게 탈락시키고 경선에 올린 4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3명은 전과자 후보”라고 몰아붙였다.

또 다음날은 “비오는 날은 슬퍼진다”고 했다. “혹여 백신도 맞기 힘든 아들 녀석이 코로나 옮길까 봐 여기저기 숙소를 옮겨가며 경선 준비한 날이 여러 날 되었다”고 했다. 이어 “경선 배제되고 이재명 후보의 ‘제가 힘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더 슬프다. 말을 못하니까 웃어 주는 것이 아빠 용기 주는 것이라고 엷은 미소를 짓는 아들 모습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의 아들은 수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눈으로만 소통하면서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서 혈액을 투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와중에 아들의 병간호를 하고 있다.

노관규는 순천갑 지역위원장으로 공심위원까지 했던 소병철 의원을 비롯해 자신의 컷오프를 주도했다고 믿는 김회재, 서동용 의원에게도 섭섭한 속내를 올렸다.

노관규는 한 달 전 남도일보와 전남CBS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와 5%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적합도 1위였다. 그런 그에게 민주당 전남도당 공천심사위가 경선 후보군에서 탈락시켰다. 탈락 이유는 노 예비후보가 지난 2011년 순천시장 재임 당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바 있어 25%의 감점 적용한 것이다.

노 후보는 민주당 당헌 제 100조 1 항의 관련 규정을 제시하며 "10년도 넘은 중도 사퇴에 이 규정을 소급적용해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반발,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했었다. 이후 중앙당 재심위원회가 노 예비후보의 이의제기를 인용해 노 예비후보는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당 비상대책위가 다시 중앙당 재심위 결정을 번복하고 노관규 순천시장 예비후보를 경선에서 최종 배제했다. 경선 기회마저 박탈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이 2년전 탈당과 복당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면서 10년 전의 시장 중도 사퇴를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한 것은 민심의 흐름과는 맞지 않다.

노관규의 최근 몇 달은 아니, 몇 년 사이 행보는 부침이 심했다. 그의 인생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2년 전 국회의원 총선에서 순천은 선거구 쪼개기 획정의 희생양이었다. 예상된 2개 선거구에서 1개로 줄어든데다 민주당이 순천 갑 선거구에 소병철 후보를 전략공천 하면서 지역 민심은 들끓었다.

선거전에 뛰어들었던 김영득, 노관규, 서갑원, 장만채 등 4명은 경선 기회조차 박탈 당하자 강력 반발 했지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노관규는 탈당을 단행 무소속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노관규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이재명 대선후보가 불을 지핀 대통합에 방점을 둔 탈당 인사들에 대한 복당과 대사면을 단행하면서 이때 복당해 이재명 후보를 도왔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다. 고졸 학력, 서울 구로공단 노동자, 사법시험 합격, 대검 중앙수사부 특수부검사 출신 등이다. 검정고시와 공장 노동자, 사법시험 합격은 이재명 후보와 닮은 꼴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 정태수 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YS 아들 김현철 비리 사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수사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DJ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재선 순천시장을 지냈다. 그러나 잇따른 국회의원 낙선과 이번에는 시장 출마 기회마저 봉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가 이번 경선 컷오프를 계기로 정계를 은퇴할지, 2년 후 국회의원 총선을 도모할지, 또 한번 민주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순천시장 선거에 나설지 오롯이 그의 선택이다.

/호남취재본부 박준일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