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박근혜 대통령과 대남비방이 도를 넘어섰다. 북한은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박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으면서 더 이상 남북관계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명박정부 5년에 이어 박근혜정부 5년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北, 朴대통령 겨냥해 욕설 쏟아내=북한은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를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이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남 전면대결을 선언한 극악무도한 선전포고”라며 “박근혜가 청와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특히 박 대통령을 겨냥해 ‘박근혜 X’ 등 저급하고 여성비하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은 28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을 비방하는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도 ‘치마 두른 주구’, ‘친미 사대매국노’, ‘동족대결광’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한 대북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첫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5년 내내 긴장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북한은 주요 계기 때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는데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일단락됐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나 남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빌미로 핵전쟁을 운운하는 등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남북관계 경색국면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28일 “한미 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오는 8월부터 시작된다”라면서 “남북관계는 시련을 겪게 될 것이며 핵전쟁 발발 위기는 절정에 달할 것” 이라고 위협했다.

▶北 먼저 손 내밀지 않을 듯=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를 통해 미국을 비난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조평통을 내세웠다는 점도 북미관계를 남북관계보다 우선시 하려는 신호로 풀이된다.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남북 고위급접촉 때만 해도 원동연 당 부부장을 국방위 대표로 참가시키는 등 청와대와 국방위간 대화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최근에는 대미관계에서는 핵실험 등을 고리로 국방위가 나서고, 대남관계에서는 공개질문장 등 조평통이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박 대통령 비난과 남북관계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닌 만큼 우리측이 보다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아직까지는 고위급접촉 등 남북합의 내용의 백지화나 무효화 선언은 하지 않았다”며 “아직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다만 북한으로서는 먼저 대화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대화 환경을 만들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과 고위급접촉 합의, 남북관계 현안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