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7일간의 전쟁, 그것에 대한 생생한 증언 -승패 떠나 ‘인간이 위대할수 밖에 없는 이유’ 스토리화 -바둑에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접목…바둑 大에세이 -‘한국의 아웃라이어들’의 작가가 던지는 인생의 처세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세돌과 알파고의 7일간의 전쟁은 역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대결이었다. 7일간 충격과 반전, 공포와 감동이 지구를 점령했다. 인간의 패배로 끝났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다. 이세돌 말대로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
3000여년 동안 인간사(史)와 같이 해온 바둑은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굳건하다. 바둑의 3000년 비밀은 여전히 온전하고, 그 베일은 파헤쳐지지 않았다. 바둑의 오묘한 진리는 여전히 알파고로선 이해 불가한 영역일 것이다.
새로 나온 책 ‘반상(盤上)위의 전쟁(김영상 저ㆍ깊은 나무)’은 바둑이 왜 위대한지를 여실히 입증한 책이다. 저자는 김영상 헤럴드경제 기자(사회부장)다. 저자는 “그만큼 바둑은 인생과 우주 이치를 담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이며 이세돌은 졌지만, 바둑이 있는 한 인간의 위대한 도전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팩트와 경험을 토대로 바둑과 인생을 얘기한다. 사람 사는 얘기, 세상 굴러가는 얘기, 기업 돌아가는 얘기를 바둑과 폭넓게 교감하면서 그 교훈과 시사점을 얘기한다. 바둑 기자가 아닌 바둑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싸움 얘기만이 아닌, 인공지능 시대에 있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혜를 던져준다. 흥미로운 것은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바둑과 결합해 줄거리를 전개하니, 그냥 술술 넘어간다. 어려운 바둑 용어도 없다.
정치, 경제, 기업, 스포츠 얘기가 책에 녹여져 있다.
저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호남인의 민심을 얻어 난공불락의 호남에 입성한 스토리가 바둑의 ‘두터움’과 같다고 정의했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파산했던 것은 바둑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교훈을 잊었기 때문으로 규정했다. 고대 앞 명물 영철버거가 망했다가,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인의 사랑이라는 ‘요석(要石)’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요즘 천하 제일의 골퍼 스피스가 쿼드러플보기로 마스터스 우승을 날린 줄 누가 알았는가. 바둑 ‘반전무인(盤前無人ㆍ대국에 임할 때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임해야 함을 이르는 말)’ 용어를 체득했다면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 책에선 바둑과 인생 외에도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전망도 내놓는다. 오랜 취재의 경험을 에세이 식으로 전개한 저자의 시각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저자는 외친다.
“바둑은 인간 삶을 대변하는 반상(盤上)이다. 이 반상이 작게는 자연의 이치, 넓게는 우주의 진리를 담았기에 바둑은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우리는 지금까지 믿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을 때,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인공지능을 만든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인간’ 이세돌이 졌다 하여 실망할 일이 없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속도 이상으로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더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있어 인간과 AI 공존의 문제까지 접근한다.
“우리는 이 땅의 젊은이에게 이세돌 같은 프로바둑 기사보다 알파고 설계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를 꿈꾸게 하고, 제2ㆍ제3의 알파고를 만드는 창조성에 도전하게끔 해줘야 한다. 그것은 곧,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인공지능을 지배하며,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그래서 이 책엔 하사비스 얘기도 나오고, AI 영화 줄거리가 등장하고, 4차 산업혁명과 리더 스토리도 소개된다. 인공지능 시대가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면 거기에 맞서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인간 역시 진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책 곳곳에 빼곡하다.
그래서 이 책은 바둑 책이 아니고, 짧게는 인생 처세술이 담겼으며 길게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진화까지 범위를 넗힌 것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저자 역시 스스로 이 책을 ‘바둑 에세이’라고 했다.
추천사도 눈에 띈다. 추천사를 쓴 이 중 2명은 바둑의 달인이고, 2명은 바둑을 잘 모르는 이다.
“이 책은 묘한 책이다. 바둑과 세상을 넘나들며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얘기하고 있다. 책 한 권에서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질리지가 않는다. 따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읽듯 술술 넘어간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ㆍ바둑 프로 9단)
“저자는 포석과 반전무인, 경적필패와 두터움 등의 바둑용어를 통해 인생을 살폈습니다. 인간의 오만과 독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작은 이득에 연연하는 인생이 얼마나 손해인지 책을 통해 설파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삼 바둑 프로 9단)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의 기술 진화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낙관을 얘기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영역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내가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를 일깨워 주면서, “불편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저자는 바둑을 통해 인간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겸손과 배려, 양보와 친절, 되돌아봄과 성찰이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유효한 삶의 지혜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저자의 외침에 공감합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하는 것, ‘사람다움’은 바둑 속에서 살아 숨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유진선 전 테니스 국가대표ㆍ아시안게임 4관왕)
출판사의 서평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잡학이다. 바둑의 정석이나 기술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정치가 있고, 문화가 숨쉬고, 역사가 깃들여져 있고, 스포츠가 자리한다. 저자는 오랫동안의 다양한 현장 취재경험을 통해 정치, 경제, 기업, 문화, 스포츠 분야를 ‘바둑의 잡학’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 ‘잡학’이 일관성 있게 재구성되면서 놀랄만한 인생철학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철학은 다름아닌 ‘바둑이 우리 인생의 스승이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경과 고난, 행과 불행,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인생에서 바둑만한 스승이 없다고 외치고 있다. 삶의 이치와 지혜를 담고 있는 바둑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팁도 던지고 있다.”
김영상 기자는 ‘한국의 아웃라이어들’의 저자다. 19인의 고졸 신화를 담은 책으로, 멘토를 원하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회자됐던 책이다. 그런 김 기자가 이번엔 바둑을 얘기했다. 저자는 마음 속에 저장해둔 멘트를 이렇게 공개하고 있다. “바둑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도 인공지능시대에 유효한 팁인 ‘반상에 담긴 삶의 지혜’를 꺼내주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출판사는 깊은나무, 분야는 실용, 한국문학(에세이). 272페이지. 152*224mm.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