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ㆍ박찬구 회장 갈등 다시 수면위로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 중단을 공식 요구했다. 합병을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금호석유화학그룹(박찬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김성채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금호터미널에 금호기업과의 합병 중단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기업에 매각한 뒤 금호터미널을 존속법인으로, 금호기업을 소멸법인으로 하는 합병을 결정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측에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관련 자료 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하면서 지분 매각 및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과 합병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합병 주주총회에 앞서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 긴급 절차 등 입장을 내놓고 합병을 계속 진행할 경우 이사진 등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수자금 7200억원 중 3470억원은 차입금으로 조달했고, 금호터미널 인수를 위해 2800억원의 단기 차입금도 추가로 조달했다.

금호터미널이 3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후 이 현금성 자산이 금호기업 차입금 상환에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매각은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재계에서는 계열분리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동생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 간 갈등이 이번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및 합병 건으로 다시 불거진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