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일본 구마모토현 중심으로 대규모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현지 자동차 관련 제조라인이 대거 중단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 국내 자동차 업계와 연관이 깊은 업체들이 생산을 멈추면서 이번 지진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상황에 버금가는 피해가 속출할 수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세계적인 변속기 회사인 아이신은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일단 전력은 공급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반적인 생산을 위한 변전 설비 등은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구마모토 공장에서 당장 생산하지 못하는 변속기를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아이신 변속기는 국내 완성차 중 한국지엠과 쌍용차가 주로 공급받고 있어 이들 기업이 특히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아베오와 캡티바에 아이신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고, 쌍용차는 주력 모델인 티볼리는 물론 코란도 C 등에도 아이신 변속기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구마모토 공장발 아이신 변속기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 모델도 영향권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6개월분 변속기 물량을 확보해 당장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지 조업 중단이 길어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도 “자사가 사용하는 아이신 변속기는 나고야 공장에서 수급해 당장 차량 생산에 피해는 없지만 구마모토 공장의 대체 물량을 나고야 공장 등에서 맡을 경우 수급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긴장감을 갖고 조달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부품뿐만 아니라 도요타, 렉서스 등의 완성차 브랜드들도 조립라인을 중단했다. 그 중 일본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어오는 렉서스의 경우 현지 렉서스 공장이 23일까지 가동을 멈춰 중장기적으로는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렉서스 수입사 한국토요타의 한 관계자는 “5월까지 렉서스 물량을 확보해 당장은 출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23이 이후로도 조업이 계속 중단되면 일정 부분 차질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지진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안고 있다. 나아가 자동차 업계에서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 때처럼 부품사에서 완성차로 이어지는 도미노식 피해가 글로벌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2011년 3월 대지진 발생 후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물론 GM, 포드, 푸조시트로엥 등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생산 물량을 축소하거나 초과근무를 제한한 바 있다. 특히 대지진 발생 후 약 3주간 일본 내에서만 발생한 손실규모는 약 40만대에 이르렀다. 이번 지진의 경우 당장 23일까지 중단하는데도 도요타에서만 피해규모가 5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