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3선의원으로 불법자금 수수, 비난가능성 커” “안마의자는 불법 정치자금 아냐” 원심판결 유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무소속 박기춘(60ㆍ경기 남양주 을)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7부(부장 김시철)는 1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의원의 선고공판에서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4월에 추징금 2억7800여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은닉 부분은 차치하고 정치자금 수수 사실만 보더라도 투명성을 확보하고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제정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박기춘 의원, 선처 없었다… 항소심도 실형(2보)

피고인석에 선 박 의원은 항소가 기각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등 상당히 아쉬워하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5) 씨로부터 명품시계 7개와 안마의자, 현금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와의 뒷거래를 감추려고 경기도의원 출신인 정모(51) 씨를 시켜 그동안 받은 금품을 김씨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증거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추가로 받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3선 의원이자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온 상황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원심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2억7000여만원만 유죄로 인정하고, 명품시계와 안마의자 수수 사실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검찰은 안마의자와 시계도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판례를 제시하며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모든 금품이 아니라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금품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며 “김 씨가 박 의원과 사전 협의없이 안마의자와 시계를 구입해 전달했고, 박 의원이 안마의자를 집에서 사용한 점 등에 비춰 사적용도일 뿐 정치활동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거인멸과 관련해선 1심은 “명품시계와 가방을 돌려준 건 사전에 박 의원과 김 씨 사이에 돌려준다는 합의가 있었고, 피고의 방어권을 넘어선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보고 역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안마의자를 정씨 주거지에 옮겨 은닉한 점에 대해선 “당시 수사대상이 아니었던 정씨 집에 옮겨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정당한 방어권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본 원심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박 의원은 1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범행내용 자체가 현역 의원이 7차례에 걸쳐 2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처벌을 우려해 일부를 은닉한 사건”이라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한다. 남은 인생을 고향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고 살겠다”고 진술한 박 의원은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고 실형을 유지하자 고개를 떨구는 등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까지 지낸 박 의원은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8월 탈당하고 이번 총선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