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고용 및 주식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며 “미국이 대규모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 거품, 금융 거품 위에 앉아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미국의 공식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실업률은 공식 통계 상 5%이며, 풀타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감안한 광의의 실업률은 9.8%에 이른다. 트럼프는 “그것은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 보기 좋으라고 고안된 숫자다”라며 “실제 수치를 들여다보면 20%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취임 후 100일 내에 세금을 감면하고, 자유무역협상(FTA) 등 무역 협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군사 협상을 다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임기 8년 동안 19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모두 없애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경기침체 상황이라는 트럼프의 경제 진단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입장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일례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내로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기껏해야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 성적이 나쁘지 않은데다,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역시 경기 상황을 고려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경기 침체 가능성은 10%도 안 된다”며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미국 내부가 아니라 중국이나 유럽 등 대외 요인에서 발생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진 다완 조지아주립대 경제예측센터 국장 역시 “나는 증시가 붕괴되거나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며 “만일 시장에 큰 문제가 있거나 경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재앙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경기침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WP는 트럼프의 경제전망이 과거에도 대체로 틀렸다고 지적했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면 석유와 가스 가격이 전에 없이 치솟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반대 상황이 됐고, 2011년에는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되면 실업률이 9%에 이르게 될 것이라 했지만 틀렸다는 것이다.
WP는 오히려 트럼프가 제시안 대안처럼 무역 협상을 다시하고 관세를 높일 경우 전세계가 무역 전쟁에 빠져들어 미국 경제가 큰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