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기승전박’(朴)이었다. 시작은 김무성의 ‘상향식 공천’, 전개는 이한구의 ‘전략공천’, 결말은 오로지 친ㆍ비박이 다툰 ‘계파공천’이었다.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의원 공천 심사를 남겨둔채 새누리당은 16일로 주요 지역 공천 심사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총선에 대비해 이미 정치개혁을 이뤄냈다”며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진통 끝에 황진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제도특별기구가 만들어져 경선룰과 주요 공천 원칙을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여론조사 반영도와 우선ㆍ단수 추천제 활용 방식을 놓고 전략 공천 여부와 험지출마론 등이 당내 논쟁을 낳았다. 그럼에도 공천제도특별기구가 내놓은 경선ㆍ공천 기준이 근간이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원칙이라는 데에서 만큼은 당 내에선 대체적인 동의 분위기였다.

與 공천, ‘기승전朴’, 유승민은 ‘마침표’

그러나 지난 2월 11일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바뀌었다. 우선ㆍ단수추천이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활용됐다.‘ 일반인 대 당원 여론조사 비율 7대 3 원칙, 국민여론조사 100%는 예외’라는 공천제도특별기구의 합의 사항은 역전됐다. 원칙과 예외가 맞바뀌었다. 단수추천 지역이 예상보다 대폭 늘어 ‘현역 물갈이’의 주요 수단이 됐다. 공천권은 사실상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손에 들었다.

與 공천, ‘기승전朴’, 유승민은 ‘마침표’

그 결과 친박ㆍ진박 의원과 후보들은 공천경쟁에서 승기를 잡았고, 비박계는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종훈, 이이재, 류성걸, 권은희, 홍지만, 김희국, 조해진 의원 등 7명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됐다. 범비박(非朴)계에선 옛 친이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진영, 주호영, 안상수 의원 등이 탈락했다. 비박계에선 김무성 대표의 측근들만 살아남았다. 우선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오른팔’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이 ‘단수추천’을 받았다. 권성동 의원도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김종훈, 심윤조, 박명재, 박민식, 김영우 의원 등도 공천 탈락 없이 경선을 벌이게 됐다. 전략공천이 사실상 친박계의 권력을 강화하고 비박계를 거세하는 ‘계파공천’이 된 것이다.

與 공천, ‘기승전朴’, 유승민은 ‘마침표’

16일 오후까지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 심사는 길게 끌어온 시간과 당내 진통, 논란만큼이나4ㆍ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의 ‘대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환하든, 탈락하든 유승민 의원의 공천결과는 새누리당 ‘계파공천’의 증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