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기업사냥꾼’으로 불리며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을 날려온 칼 아이칸(80)이 살아있는 동안 하루 50만달러(6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칸은 지난해 에너지기업 투자 손실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8%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한 조사에서 매일 6억원씩 재산을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의 자산은 180억달러(21조6900억원)로 평가된다.

[슈퍼리치]죽을 때까지 매일 6억원 버는 남자 ‘칼 아이칸’-copy(o)1

  ▶‘기업사냥꾼’ 건재=미 인터넷매체 셀러브리티넷워스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80세 생일을 맞은 아이칸은 당일에만 58만1793달러(약 7억원)를 벌었다. 그는 생일파티를 위해 자신의 친구인 세계적인 투자 거물들을 뉴욕 맨해탄 매스트로 스테이크하우스로 불러모았다. 이날 참석한 인사 중에는 사모펀드 업계 대부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과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의 황제’ 레온 블랙(Leon Black) 등 억만장자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참석자들 중 아이칸의 하루 평균 수익을 능가하는 이는 없었다. 올해 64세인 레온 블랙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하루 19만달러(2억2900만원)를 벌었고, 밀켄(69)은 9만8313달러(1억185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월가 ‘저승사자’=아이칸이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은 자신이 직접 이름 붙인 ‘행동주의 투자자’란 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행동주의 투자자란 특정 지분을 보유하고 지배구조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실제로 아이칸은 회사 지분을 샀다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거두기도 하고, 경영진에 공개 서한을 보내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한다.

최근에는 애플 팀 쿡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2020년까지 전기차를 생산할 것을 요구했고,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금융그룹 AIG엔 3개 회사로 분할하라고 대놓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며 인삼공사 매각과 자산 처분을 요구해 ‘KT&G 습격사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슈퍼리치]죽을 때까지 매일 6억원 버는 남자 ‘칼 아이칸’-copy(o)1

▶의사ㆍ직업군인보다 금융가=아이칸이 미 금융가 ‘월스트리트’에 뛰어든 것은 1961년이다. 뉴욕의 드레퓌스 앤드 컴퍼니(Dreyfus & Company)라는 증권사에 주식거래인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은 후 40만달러를 빌려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증권회사를 차렸다.

그가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1985년 미국 항공사 TWA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체계적으로 매각하면서다. 그때 얻은 별명이 ‘기업사냥꾼’이다. 아이칸의 투자전략은 훗날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Wall Streetㆍ1987)’ 주인공 고든 게코(Gordon Gekko)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아이칸은 미국 뉴욕출신으로 전형적인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변호사였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의 교육으로 아이칸은 프린스턴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대 메디컬 스쿨에 입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했다. 한때 직업군인을 꿈꾸기도 했지만 돈을 벌겠다는 신념으로 월가에 입성했다.

[슈퍼리치]죽을 때까지 매일 6억원 버는 남자 ‘칼 아이칸’

한편, 아이칸은 미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도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월가 인물로 꼽힌다. 2009년에는 파산한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운영권을 놓고 “돈 앞에선 친구도 없다”며 법원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 때 일로 적대감은 전혀 없으며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아이칸을 재무장관이나 주일대사로 기용하고 싶다”고 신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