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노장은 죽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메인 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압승을 거뒀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5일 3개 주 경선에서 네브래스카와 캔자스를 가져간 데 이어 메인 주에서도 다시 승리하면서 ‘노장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하지만 샌더스의 바람몰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샌더스 상원의원은 여전히 미국 대선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에도 샌더스 상원의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켠으론 샌더스의 바람몰이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입장에선 실탄(정치 후원금) 낭비를 의미한다. 게다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샌더스의 공격포인트는 향후 대선 본 무대에서 공화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 몰이를 위해선 샌더스 상원의원은 ‘필요악’이라는 얘기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실탄은 충분하다=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실시된 메인 주 코커스에서 63.8%의 지지율을 얻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배 이상 포인트로 앞섰다. 샌더스는 이로써 최소 14명의 대의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샌더스는 앞서 지난 5일 캔자스에서는 68% 대 32%로 힐러리를 36%포인트 차로 압도했으며, 네브래스카에서도 57% 대 43%로 이겼다. ‘슈퍼 화요일’ 이후 3연승을 거두면서 샌더스의 바람몰이가 향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샌더스의 바람몰이는 후원금 모금에서도 두드러진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샌더스는 지난 5일 밤에만 5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으는 진가를 발휘했다. 이는 샌더스가 지금까지 모은 최고 금액을 넘는 규모다. 개다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날 모은 후원금의 배 이상 되는 금액이다.
특히 샌더스는 후원금 모금 규모에서 2월에 두 달 연속 클린턴을 앞섰다. 클린턴이 지난달에 30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집한 데 비해, 샌더스는 4270만 달러를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샌더스의 후원금 모금은 클린턴과 달리 소액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목 돈을 만드는 형식이다. 실제로 샌더스는 2월 마지막 날 600만 달러를 모았는데,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소액 후원자 불리기 방식을 통해서 600만 달러의 거금을 한 번에 모을 수 있었다.
슈퍼팩(Super PACㆍ무제한 민간정치자금 후원회)의 절대적 규모는 클린턴이 1억8800만달러(약 227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샌더스는 소액을 통한 후원금 모금으로 소리없는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클린턴의 후원금 중 최대 2700달러 기부자가 56%에 달하는 반면, 샌더스는 3%에 불과하다.
클린턴의 한 지지자는 “1000달러 밖에 기부하지 못할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샌더스는 (소액 기부에 있어선)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샌더스 후원자들이 돌아서지 않는 한, 샌더스의 후원금 모집 바람몰이는 계속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이에 따라 오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대규모 광고 캠페인전을 펼치며 실탄 공격에 나설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샌더스는 15일 경선까지 경선이 펼쳐지는 모든 주에서 TV와 라디오 광고를 이미 시작했거나 할 계획이다. 심지어 미시시피와 플로리다 처럼 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도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실업률이 높은 미시간 주는 민주당 후보들로선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민주당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대가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샌더스로서도 자신의 ‘경제적 정의’ 메시지에 동조하는 노동자와 낮은 소득의 백인 유권자들을 끌어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계륵?…샌더스가 살아 남아야 하는데, 하지만=샌더스의 바람몰이는 클린턴의 지지자들에겐 일종의 계륵이다. 특히 샌더스는 젊은 유권자와 중하층 백인 유권자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선 본선에서 클린턴으로선 무당층과 젊은 유권자를 민주당의 표 밭으로 끌어 올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게다가 샌더스는 클린턴 캠프에 일종의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약 수정에서도 샌더스의 인기는 일정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클린턴이 SNS 등 온라인을 통한 소액 후원금 모집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도 일정 부분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클린턴의 주요 지지자들 사이에서 샌더스가 봄 까지는 경선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서 주요 정치 모금 활동가인 웨이드 렌들렛은 이와 관련 “자원(후원금)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프라이머리가 계속될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은 클린턴이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데도 도움을 준다. 물론 더 많은 돈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전쟁터라면 클린턴이 그녀의 조직과 브랜드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샌더스가 반드시 클린턴에게 도움이 되는 후보는 아니다.
무엇보다 샌더스의 바람몰이는 클린턴이 경선에서 실탄을 낭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더스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써야 된다는 얘기다. 실제 클린턴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광고 비용으로만 600만 달러를 날려 버렸다.
클린턴의 한 지지자는 “샌더스가 경선에 남아 있는 이상 클린턴은 본선에서 써야 할 돈을 프라이머리에서 써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샌더스가 경선에서 얼마나 더 남아 있고, 얼마나 부정적이냐에 있다. 클린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5월까지 계속 이어지고, 이게 공화당 공격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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