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사제의 집단적인 아동 성폭행 사건을 쉬쉬하는 보스턴 지역 사회와 맞서 언론이 이 사건을 폭로하는 실제 사건을 다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도 범행의 규모나 은폐 과정이 판박이처럼 빼닮은 사건이 일어났다.

펜실베니아 주 검찰은 알투나-존스타운 교구에서 신부나 종교지도자 50여명이 40여년 동안 어린이 수백명을 성적으로 학대해 온 사실을 교구의 비밀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AP 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판박이… 美 “가톨릭 사제, 아동 수백명 성폭행”

보스턴 성폭행 사건에서 추기경이 사건을 은폐했듯이, 이번에도 문제의 시기에 교구를 이끈 제임스 호건ㆍ조지프 애더멕 주교가 범행을 은폐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덕에 범행을 저지른 사제 중 법정에 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사라지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나, 피해자의 정신적 상처가 너무 커 조사가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성폭행이 이뤄지던 당시에 수사기관이 인지한 사건도 있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호건 교구장 시절에 활동한 교구 행정관인 몬시그너 필립 세일러는 “경찰이나 행정당국은 교구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일을 미루곤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에더멕 교구장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배상 금액표까지 만들었다는 점도 작은 배상금액만 쥐어주고 피해자들을 입막음했던 보스턴 성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옷 위로 애무한 때는 1만∼2만5000 달러, 옷 속을 더듬거나 자위를 당한 때는 1만5000∼4만 달러, 구강성교를 강요당한 때는 2만5000∼7만5000 달러, 강제로 성교한 때는 5만∼17만5000 달러가 등이다.

애더멕 교구장은 고소당한 신부 14명에 대해 정신감정을 받도록 해 9명의 사제직을 박탈하고 5명을 복직시켰다.

캐슬린 케인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총장은 “가해자들이 신성한 서약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사제들을 비난했다.

현재 알투나-존스타운 교구장인 마크 바트채크 주교는 성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가한 어떠한 위해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한다”며 “교구는 수사 당국에 계속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바트채크 주교는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