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계획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의 상징이자, 반인권의 상징으로 오명을 떨친 수용소 폐쇄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대가 극심해 험로가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소의 폐쇄와 수용자의 미국 본토 이송에 관한 계획을 정식 발표하고 이를 의회에 제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타나모는 테러 대응에 필요한 동맹국이나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관계에 해를 끼친다”며 “나아가 그 시설을 계속 열어두는 일은 우리(미국)의 가치에 배치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좁힌다”고 말했다. 또 관타나모가 테러분자의 홍보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 폐쇄 시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테러와의 전쟁’ 상징, 관타나모 수용소… 이번엔 폐쇄될까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국방부가 내놓은 폐쇄계획에 따르면 현재 관타나모에 수감된 91명 중 35명 정도를 제3국으로 보내고 나머진 미국으로 이송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체 수용소 건립 후보 지역으로 콜로라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3곳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부터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워왔으며, 이를 자신의 임기 중에 폐쇄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2002년 설립 이후 15년여간 운영되면서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거나 혐의 공표 없이 갇히는 등의 사례가 드러나 미국 인권침해의 상징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극단 행동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숙원’은 번번이 좌절했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수감자들이 다시 중동의 전장으로 가 테러리스트로 활동하면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수용소 폐쇄를 반대해왔다. 미 의회는 지난해 하반기 석방된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테러의 온상인 예멘과 소말리아, 리비아, 시리아 등지로 보낼 수 없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날도 공화당은 즉각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공화당 소속의 맥 손버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테러용의자를 미국으로 옮기는 데 따른 위험에 투명하게 대응하는 대신, 선거 때의 약속을 지키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회에서의 싸움은 승산이 없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위한 행정명령으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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