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10여년간 남미에서 득세했던 좌파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집권층의 부패와 경제난으로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에서는 2006년 이후 계속 집권해 온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4선 연임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국민투표에서 개표가 46% 진행중인 현재 반대표가 57%로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로도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높았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세번째 임기는 2020년에 끝난다.

당초 연임 제한 규정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철폐될 것이 점쳐졌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이 28세 연하의 여성 기업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추문이 터지고, 그 기업인이 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가 정부 발주 계약 따낸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악재를 맞았다.

부패, 경제난… 남미 좌파 정부의 몰락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 후 ‘에보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으로 2013년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볼리비아의 GDP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 또 원주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한편, 빈곤율과 실업률을 떨어뜨려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에서도 좌파 지도자인 지우마 호세프가 경제난과 부패 문제가 겹쳐 위기를 겪고 있다. 브라질 검찰은 22일(현지시간) 호세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를 이끌었던 정치 컨설턴트 주앙 산타나와 그의 부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산타나에 대해 “탈세 및 페트로브라스 자금유용과 맞물린 돈세탁 혐의 등 부패 범죄”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시점에 호세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사의 파장은 정권 핵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또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사고 현재 브라질 선관위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브라질 의회는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 때 예산법을 어겼다며 탄핵을 추진 중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본인의 비리 의혹 이외에도, 저유가와 지카바이러스로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리는 점 역시 대형 악재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4%였고 올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찬가지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조기 퇴진 요구에 부딪쳤다.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 95%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으로 지난해 -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인플레율이 치솟으면서 볼리바르화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베네수엘라 국채의 CDS프리미엄은 7000bp에 육박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이며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심은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려 이미 지난해 12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우파 야권통합연대(MU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한편 아르헨티나에서는 베네수엘라 총선이 치러졌던 때와 같은 달 공화주의제안당(PRO) 소속의 중도우파 후보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취임하면서 12년간 이어져온 중도 좌파 정권 시대가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좌파 정부 기간 아르헨티나는 사회 약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도입했지만, 경제 정책 실패와 임기 말 부정부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권 교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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