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글로벌 아트마켓의 동향을 알려면 이제 중국 미술시장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2010년 이후 미국과 영국을 제치고 미술경매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에서 1위(41%)를 기록(아트프라이스닷컴 집계)했다. 지난해 중국은 40억7800만달러(한화 약 4조3500억원)의 경매낙찰액을 기록해, 미국(40억1600만달러)을 또다시 눌렀다.
중화권 수퍼리치들의 작품 구매열기도 뜨겁다. 중국 금융계 ‘큰손’이자 파워 컬렉터인 류이첸·왕웨이 부부 등 고가 작품을 거침없이 사들이는 컬렉터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화교권 컬렉터 중에는 서양 미술품에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만 야교그룹의 피에르 첸 회장은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또 미술에 열광하는 수퍼리치들 때문에 상하이에선 크고 작은 신규 뮤지엄이 3일에 1개 꼴로 문을 열고 있다. 류이첸 왕웨이 부부는 상하이 푸동((浦東) 지구에 롱(Long) 뮤지엄을 개관한데 이어, 더 큰 규모의 제 2의 미술관을 푸시(浦西) 지구에 설립했다. 새롭게 문을 연 푸시(浦西) 지구의 롱(Long)뮤지엄은 대지 3만3000평방미터(약1만평)에, 전시면적 1만6000평방미터(약4900평)에 이른다. 이는 상하이 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최대 규모다.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호인 부디 텍(중국명 余德耀 위더야오)도 상하이에 미술관을 오픈했다. 이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유즈미술관(Yuz Museum)’을 개관한 그는 올 1월 상하이에 옛 항공기 격납고를 개조해 대규모 현대미술관인 유즈미술관을 개관했다. 한편 중국의 베이징에서도 박물관및 미술관 개관이 러시를 이루는 중이다.
중국은 미술시장의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비록 선진화된 경매업체의 설립은 한국및 서구에 비해 늦었지만 시스템 구축은 우리보다 한수 위다. 중국 정부가 설립한 폴리옥션을 비롯해, 가디언(嘉德)경매 등 연낙찰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의 미술시장 정보사이트인 아트론(artron.net)은 주요 경매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경매정보과 경매결과, 시장지수, 작가별 지수를 개발해 공표하고 있다. 아트론에는 서양화, 국화(중국화, 즉 전통적인 동양화) 두 부문으로 구분해, 주요작가의 가격지수와 낙찰정보, 작품 동향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세계적인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 1987년 설립)도 “중국 정보만큼은 중국 내 분석기관과 손잡지 않고선 취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Artron과 지난 2012년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그만큼 Artron이 방대한 중국 미술(예술)시장의 시장동향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협약이다.
오늘날 중국-미국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비춰볼 때 이제 중국의 시장동향을 모른채 미술에 투자하는 것은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거나 진배 없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그간 외국기업에 폐쇄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소더비및 크리스트의 중국 본토 경매를 허용했다. 또 소더비와 손잡고 세계적인 아트페어 ‘TEFAF’(The European Fine Art Fair)를 베이징에 유치하기도 했다.
상하이에 분점을 내고 중국 미술시장 공략에 나선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중국은 예술 분야에서 해외 업체에 문호를 잘 개방하지 않았다. 그러나 폐쇄적이었던 태도가 최근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베이징 아트 프리포트, 상하이 경제특구 등을 중심으로 이같은 개방화, 활성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중국 아트마켓의 지형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전체 미술시장의 70%가 경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만큼 중국 경매시장의 정보와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