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 보여야 학교생활 편해…” 만만한 친구 골라 주먹다짐 학폭 신고건수 3월에 급증

[데이터랩] 새학기 맞은 중고교 ‘말죽거리 잔혹사’

“야, 너가 ○○중학교 아무개냐?” 3월의 고등학교 1학년 교실, 두 학생이 이유 없이 신경전을 벌인다. 신경전은 말싸움으로 옮겨 붙고 결국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만다.

서열 다툼은 꼭 1ㆍ2등만 가리는 게 아니다. 때론 만만한 친구를 골라 잡아 내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학교생활이 편해진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짧게는 1년, 길게는 졸업할 때까지 약점을 잡히고 심부름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핏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 같지만, 오늘까지도 변함없는 신학기 중ㆍ고등학교 교실의 모습들이다.

실제 지난 3월 한 달간 경찰의 117학교폭력신고센터로 접수된 학교폭력 건수는 7184건으로, 방학기간인 1월(3082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2월(3910건)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수치다. 신학기 초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는 폭력서클이 형성되고 서열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게 데이터로 입증된다.

지난해 117신고 건수 역시 학기 초 학교폭력 집중 현상을 확인해 줬다. 1월(4730건), 2월(6033건)에 이어 3월(1만575건)에는 껑충 뛰어 올랐고, 4월(1만2203건)에 정점을 찍었다. 5월부터는 소폭 줄어들며 여름방학 때 급감했다가 9월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달 117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급감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278.1건, 올 들어 3월까지는 157.5건으로 35.6%가 줄었다. 또 신고된 학교폭력의 양상을 보면 물리적 폭력은 줄고 언어폭력이 늘고 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는 전년동기 대비 신고 건수가 감소하고 있어 안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전문기관과 전담경찰에 적극 연계하고 상담이 종결된 사안에 대해서도 추가 피해나 문제 해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3월과 4월 학교폭력이 집중 발생함에 따라 지난달부터 이달말까지 학교폭력 집중관리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책임교사 등과 협력을 통해 폭력서클 현황을 파악하고 해체를 유도하는 중이다.

신순갑 금천청소년수련관 관장(전 청소년폭력예방단 이사)은 “3월과 4월은 학생들 사이의 서열이 정해지는 시기로 서로 간에 친숙하지 않은 집단이 형성될 때 갈등이 높아짐에 따라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