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요즘 철강업계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의 향방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지난 해 11월 동부그룹이 자구안의 일환으로 인천공장을 매물로 내놓았을 때부터 업계의 관심은 높았습니다.

포스코는 처음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죠. 하지만 최근 업계의 관심이 더욱 커진 이유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인수할 것을 제안하면서부터입니다. “관심없다”던 포스코가 “일단 검토해보겠다”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입장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파는 사람은 가능하면 비싼 가격에 팔고 싶고, 사는 사람은 되도록 싸게 사고 싶은 법이죠. 동부제철은 덩치가 큰 자산을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시장에 내놓은 만큼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고 싶을 겁니다. 최근 몇년 간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포스코는 큰 돈을 들여 새로운 M&A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인수를 하더라도 되도록 투자 부담을 최소화 하고 싶은 심정이죠.

[취재X파일] ‘구원투수’ 표현에 서로 ‘난색’인 포스코ㆍ동부제철

취재를 하다보니 두 회사의 미묘한 신경전도 왕왕 목격하게 됩니다. 산업은행이 최근 포스코에 패키지 인수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자는 <포스코, 동부제철 ‘구원투수’로 나서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지지부진했는데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인수를 제안하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동부 측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구원투수’라는 표현이 못내 아쉽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사실 인천공장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많고 중국 등 해외업체의 인수의사도 직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구원투수’라는 표현은 마치 안팔리는 물건을 포스코가 사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견 이해가 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중국 국영 철강회사인 바오산강철 등 적잖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인천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인천공장의 냉연설비와 컬러강판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자사 열연제품의 수요처를 확보하고 한국 컬러강판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려는 심산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간산업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지만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야하는 동부제철 입장에서는 국내든 해외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 수 있는 업체에게 팔아야 합니다. 경쟁입찰을 통해 되도록 좋은 가격으로 매각하고 싶은데 산은이 인천공장과 발전당진을 묶어 팔려고 하니 달가울리 없겠죠.

‘구원투수’는 포스코에게도 썩 반갑지 않은 표현인가봅니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우리가 누구 구원투수로 나설 상황이 되나. 우리도 9회말까지 경기 다 뛰고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남의 경기에 들어갈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포스코는 철강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수년 째 실적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등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남의 집 일에 관심 갖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지난 14일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일성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투자 축소” “신중한 M&A”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가 산업은행의 제안으로 동부인천스틸과 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일단 산업은행이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니 검토는 해보겠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안한다. 우리의 사업적 비전, 실익 등을 중심으로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매각작업을 주관하는 산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보입니다. 구조조정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자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돕고, 또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후유증이 남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