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등의 가공할 공습에도 끄떡않고 신출귀몰하며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휩쓴 이슬람국가(IS)의 비밀이 일부 벗겨졌다. 바로 ‘땅굴’이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약 15개월간 점령한 이라크 북부도시 신자르에서 땅굴, 지하벙커, 외벽통로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신출귀몰 IS, 알고보니 베트콩 전술 구사…이라크서 땅굴 발견

페쉬메르가(쿠르드 자치정부군)는 지난 13일 신자르를 탈환한 뒤 관공서, 상가, 공장 등의 시설로 이어진 땅굴을 발견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공이 미군을 피하기 위해 땅굴을 쓴 게릴라 전술을 연상하는 수준이었다.

쿠르드군의 한 간부는 “셀 수 없이 많은 땅굴이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게 상점을 드나들거나, 공장에 폭탄을 설치하는 통로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애초 이곳 땅굴은 감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페쉬메르가가 폭탄 등으로 지속적으로 신자르를 공격해 오자, IS는 토착민인 야지디족을 노예로 써서 땅굴을 파게 했다. 야지디족 여성은 성노예로 팔려나갔다.

구멍난 집체도 발견됐다. 집 내벽에 구멍을 뚫어 방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했고, 외벽 구멍으로는 외부의 눈에 띄지 않고 밖을 나갈 수 있게 했다.

신출귀몰 IS, 알고보니 베트콩 전술 구사…이라크서 땅굴 발견

한 지하 땅굴은 내부에 콘크리트 마감을 해 지상 폭탄 공격에도 끄덕없게 했다. 이 땅굴 위 집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처럼 보였다.

여러 집들과 연결된 또 다른 지하 통로에는 공기를 유입시키는 은(銀) 제 통풍관까지 설치돼 있었다. 이 관은 빨래와 요리스토브, 인스턴트커피로 은폐했다.

앞서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베이지시에서도 이라크정부군과 시아파민병대가 우연히 땅굴을 발견했었다. 당시 땅굴은 적진에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한 통로나 지하벙커 역할 뿐 아니라 석유를 훔쳐 팔기 위한 ‘오일 수출로’로도 확인됐었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땅굴도 사전에 고려했던 요소로 땅굴 입구에 폭탄을 투척해 적을 소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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