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강화 의지불구 현장은 공염불

경찰이 학교 주변에 출몰하는 ‘바바리맨(외투 등을 입고 나체를 노출하는 사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신고를 받아도 검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조모씨는 지난달 15일 서울청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찰이 학교 주변 바바리맨을 잡을 능력이 없는 것인지 잡을 마음을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울 관악구 소재 한 남녀 공학 중학교 인근에 살고 있다는 조씨는 약 2년 전부터 아침 8시 전후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바바리맨이 골목에 숨어있다가 나타나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 이에 조씨는 모두 4차례 경찰에 신고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 신고 땐 경찰 출동 등 피드백이 전혀 없었고, 두 번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는 경찰이 멀지도 않은 거리를 경찰차를 타고 오는 바람에 바바리맨이 도망을 쳤다. 네 번째는 두 명의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역시 바바리맨이 줄행랑을 친 뒤였다.

조씨가 “최근 직접 지구대에 방문해 문의를 했지만 ‘잡더라도 곧바로 풀리기 때문에 잡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황당하다고 했다.

올해 초 경찰청은 학교 주변 바바리맨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의 탐문과 시민 신고 등을 통해 바바리맨 상습 출몰 지역을 파악한 뒤, 관할 경찰서와 학교전담경찰관 등을 합쳐 합동 검거전담반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을 이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조씨는 “2년가량 같은 장소, 비슷한 시간대에 나타나는 바바리맨을 어디에 신고해야 잡을 수 있느냐”라며 “나도 무섭지만, 학교 다니는 여중생들 생각해서라도 꼭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바바리맨 등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로 처벌된 사례는 모두 741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것은 검거된 숫자일 뿐 실제 바바리맨을 만났어도 신고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가 10∼40대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441명 중 15.6%가 성(性)적 노출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들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1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나 바바리맨 신고를 한 적이 있다는 경기 부천의 A(30ㆍ여)씨도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시큰둥하면 ‘내가 오버를 해서 경찰을 귀찮게 했나’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그럴 때면 경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