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회사채 비중 10년만에 4배 우크라이나 등 정치·경제 불안 투자자 달러강세등 우려 최근발빼
금융위기 이후 안전하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신흥국 회사채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자재가격 하락,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달러 강세를 우려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부도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 회사채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시장의 저금리와 장기 원자재 붐을 배경으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지만, 이제는 신흥국 경제 침체가 깊어져 회사채 부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2014년 말 기준 신흥국의 비금융 회사채는 총 18조달러 규모로, 10년전과 비교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신흥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48%에서 2014년 74%로 무려 26%포인트 치솟았다. 특히 중국, 터키, 칠레, 브라질, 인도, 페루가 선두에 섰다.
50개 신흥국의 회사채를 기준으로 하는 JP모건의 신흥국 회사채지수의 총 투자수익률은 상반기 4%나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하락을 거듭해 10월 1일 현재 연초이후 1%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우량 회사채를 대상으로 한 바클레이의 종합채권지수가 1.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UBS 웰스매니지먼트는 자사 고객들에게 신흥국 하이일드 회사채 보유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 애셋매니지먼트 역시 최근 들어 신흥국 비우량(하이일드) 회사채 투자비중을 줄이고, 대신 우량 회사채 비중을 늘렸다.
JP모건은 신흥국 하이일드 회사채 발행기업의 부도율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5.4%로 상승했다. 무디스가 전망한 연말기준 전세계 부도율 2.7%의 2배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특히 정치불안으로 뱅크런 사태 우려가 남아있는 우크라이나와, 중남미 원자재 관련 기업, 브라질 회사채를 매도 1순위로 꼽고 있다. 브라질의 회사채와 국채간 가격차이(스프레드)는 2개월 전 5%포인트차에서 현재 9%포인트차까지 벌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위험이 가시지 않은 현 시점에선 신흥국 비우량 회사채를 팔려고 해도, 당장 사겠다는 곳이 없다.
일각에선 우려가 과장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회사채 부도 위험이 전체 신흥국 경제에 미칠 타격이 그리 크지 않고, 일부 신흥국에 국한된 문제라는 시각이다.
UBS에 따르면 매출은 현지 통화로, 부채는 달러화로 갚아야 하므로 현지 통화 약세와 강달러의 이중고를 겪는 회사채는 전체 신흥국의 10%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