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수 한달만에 90여명 신청…이달말까지 50명 이상 합의 - 권오현 대표 사과문 전달…“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 진심으로 사과”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전자가 1차로 반도체 사업장 퇴직자 30명에 대한 질병 피해와 관련한 보상금 지급과 합의를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보상 신청과 서류제출이 한창 이어지고 있어 이달 말에는 보상금 수령자가 5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금 지급이 완료된 퇴직자 중에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제보자와 산업재해 신청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보상 신청자는 90여명에 달한다. 이중에는 협력사 퇴직자도 포함돼 있다. 협력사 퇴직자도 동일한 원칙과 기준에 따른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병자와 가족의 서류 준비와 독립적 기구인 보상위원회 심의 등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변호사나 노무사 등이 직접 발병자를 방문해 서류 접수 등을 도와주고 있어 보상금을 지급받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보상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권오현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과문에는 ‘발병자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퇴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퇴직자 중 백혈병 등 특정질환 발병자를 대상으로 보상접수를 시작했다.

신청자가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등 서류를 접수하면 보상위원회가 심사해 개별보상 내용을 정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와 최종 합의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상 대상자는 상당수가 신청을 마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올림은 반도체 질환발병자가 200여명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삼성계열사 근무자, 근무 이력이나 실제 발병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익명 등 허수를 빼면 아직 접수하지 않은 발병자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반올림 제보명단 작성을 지켜본 가족대책위 대표 송창호씨는 “반올림 제보 명단이 사실 아무런 근거 확인이 없이 만들어진다. 얼핏 들은 얘기도 확인 절차 없이 피해자로 추가되는 구조”라면서 “반올림 측도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있는 피해자들을 가대위 쪽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상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23일 제시한 조정권고안의 보상 원칙과 기준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여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3일 발족한 보상위원회가 2주간 활동을 통해 보상의 세부 기준 수립을 마무리함에 따라 보상접수에 착수했으며 가족대책위원회도 같은 날부터 접수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12월31일까지 홈페이지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보상 신청을 접수하며 보상 신청자가 희망할 경우 실무위원이 직접 방문해 신청 절차를 지원한다.

한편 가족대책위원회는 아직 신청을 못한 피해자들이 조속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대위는 “늦었지만 1차로 보상금이 지급된 것을 환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 8년이나 끌어난 끌어온 문제가 첫발을 내딛어 풀리기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쉬운 대목이 없진 않지만 회사가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보내줘 피해자와 가족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걸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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